[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전북의 B공인에는 불과 한 달여 전 신규 아파트에 대한 전화문의가 이어졌다. 분양에 앞서 일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투자자들이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관심 단지가 견본주택을 열자 반응은 싸늘했다. 5월 지방에 적용되는 대출심사 강화 영향과 지역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면서 해당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바닥을 쳤다.
비슷한 시기, 진주혁신도시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며 ‘겨울바람’이 여전하던 3월의 마지막 주말, 분양을 시작한 ‘대방노블랜드’ 견본주택은 하루종일 방문객으로 붐볐다. 뚜껑을 열자 청약자들은 눈을 크게 떴다. 건설사는 웃었다. 일반분양 189가구에 2만1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전체경쟁률은 무려 112대 1이었다.
수도권ㆍ지방 청약시장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희비는 입지에서 엇갈렸다. 여전한 공급과잉 논란과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배경에 자리했다.
21일 업계와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분양권 총거래금액은 약 3조원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분양권 실거래가 총금액은 2조9679억2488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6조9129억1681만원) 하락했지만, 전달보다 36%(2조1830억2050만원) 증가했다.
청약경쟁률은 울고 웃었다.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연제더샵’은 375가구 모집에 8만9489명이 접수해 평균 238.1대 1이라는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사업장도 많았다. 부동산인포가 조사한 청약경쟁률 하위단지로는 충북 보은군 ‘두진하트리움’, 충북 제천 ‘제천 코아루드림’ 등이 꼽혔다. 이들 단지는 각각 88가구와 749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한 가구도 지원하지 않았다.
1순위 마감단지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몰리는 곳에만 몰렸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수도권 1순위 마감단지 비율은 지난해 39.8%에서 35.2%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청약시장 과열로 인한 일시적 호황이라는 의견과 주택시장 불안감의 표출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공급과잉 등 안개속 정세가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보수적인 선택이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언론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미래가치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진단이 수요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양극화 현상도 진행형이다. 동탄2신도시와 길음뉴타운 등에는 수요자가 몰리며 1순위에서 마감됐지만, 양주 등은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분양권 거래량은 동탄2신도시가 속한 화성시에서 1755건이 거래됐다. 위례신도시가 속한 성남 수정구에서도 1000건 이상이 거래됐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리얼투데이가 국토부 분양권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지역으로 성남시(196건)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분당구 백현동이 105건, 수정구 창곡동이 91건으로 조사됐다.
디커플링은 동일권역 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동탄2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상반기 6000여 가구가 분양될 계획인 가운데 미분양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동탄2신도시 K공인 관계자는 “동탄역 인근은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뛰고 문의가 빗발치지만, 애초에 저평가된 외곽에서 공급과잉과 미분양 이슈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미분양을 기록한 동탄2신도시 단지들을 보면 대부분 고분양가와 동떨어진 입지에 들어섰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서 “소외 지역 단지가 지역 내 평균 분양가와 비슷하게 책정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분양시장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공급과잉, 입지에 따른 호불호가 안갯속 전망에 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자의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매규제 완화와 청약규제 카드 등 이슈가 남아있어 하반기 분양시장 쏠림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라며 ”전세난으로 인해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고 있고, 경제성장률에 따라 집값도 걸음을 나란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수도권과 지방의 매매가격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수도권 매매가격은 0.04% 장기간 상승한 반면 기타지방은 -0.02%를 기록하며 꾸준히 하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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