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양모(37ㆍ여)씨는 얼마 전부터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 구연산 등 천연 화합물로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양씨는 “빨래가 깨끗하게 빨리는 느낌이 없어 찝찝하긴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 유치원생밖에 안 된 아이들이나 남편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가습기 살균제도 안전하다 생각해 사용했다가 경을 쳤는데, 다른 화학제품이라고 안 그렇단 보장이 없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ㆍ공포가 생활용품 전반으로 옮겨가며 천연 화합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베이킹소다ㆍ구연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3%, 식초 판매가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 제습제로 잘 알려진 통숯, 염화칼슘의 판매량은 각각 25%, 16% 올랐고, 먼지ㆍ습기 제거에 효과가 있는 소금 판매는 64% 늘었다. 주방 세제 대체품으로 알려진 밀가루 판매도 1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화학성분이 들어간 생활용품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세탁세제와 주방세제 판매는 각각 9%, 4%, 탈취제와 방향제 판매는 각각 7%, 3% 줄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온ㆍ오프라인에서 천연 화합물을 이용한 생활용품 대체제 제조ㆍ이용 방법 등이 활발히 공유되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기업들도 성분 공개 등 대처에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최근 ‘페브리즈’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자, 제조사인 한국 피앤지(P&G)가 이번주 내로 페브리즈의 전체 성분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P&G는 “페브리즈는 미국ㆍ독일ㆍ스위스ㆍ프랑스ㆍ일본 등에서 국제적 안전성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세계 70여개국에서 판매 중”이라며 “모든 제품을 출시하기 전 각국 독성학자와 700여명의 내부 연구개발(R&D) 전문가가 안전성을 평가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성분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보존제 성분, BIT(Benzoisothiazolinone)와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Quaternary Ammonium Chloride)도 미국 환경보호국(US EPA)과 유럽연합(EU)에서 방향제ㆍ탈취제용으로 허가된 성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앞으로 (옥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현재는 도입되지 않은 집단 소송과 더불어 징벌적 배상 등이 도입돼야 한다”면서“사실 사회적 책임 이전에 (건강과 직결된 것은) 기본적인 의무 사항 아니냐”고 반문하며 기업의 윤리 의식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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