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도 매일매일 전화 -학점 관련해 교수에게도 직접 따녀 -자녀 사생활 간섭 ‘헬리콥터맘’ 늘어 -자식을 부모 욕망실현 도구로 여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경기도 소재 부대에서 갓 군생활을 시작한 송모(22) 씨는 최근 민망함에 부대 안에서 자꾸만 움츠러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로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어머니의 과분한(?) 사랑 때문이다. 육군훈련소 시절 아들 걱정에 매일 아침이면 훈련소로 전화를 하셨던 어머니 탓에 교관들에게 은근히 핀잔을 들었던 송 씨는 “자대배치가 경기도 최전방 부대 보병으로 난 것을 본 어머니께서 육군훈련소에 전화해 ‘왜 우리 아들을 힘든 곳에 보내는 근거가 무엇이냐. 더 편한 곳으로 다시 배치해달라’고 떼를 쓰시는 바람에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며 “배치 후에도 아들 걱정에 하루가 멀다하고 중대장님께 전화를 하시는 어머니가 감사하지만 실제 생활을 하는 제 입장에선 가시방석위에 앉은 것 같다. 아무리 말려도 따라주시질 않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2. 대학생 김모(26) 씨는 지난해 2학기가 끝난 뒤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의 호출을 받고 찾아뵀다 크게 놀랐다. 취업 준비 탓에 출석 성적이 좋지 않아 학점을 좋지 않게 받았는데, 이를 안 아버지께서 교수님께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담당 교수님께서 ‘취업이 힘든 상황인데 출석률이 안좋은 것 정도는 이해하는게 당연한게 아니냐. 당신 자녀면 마음이 어떻겠느냐’라는 아버지의 항의에 크게 당황하신 모습이었다”며 “성적 확인 당시 (내 스스로도) 성적을 보고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어 너무나도 황당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오는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수많은 청년들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어엿한 성년으로 인정받고 그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을 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모님들의 과잉보호로 인해 나이는 성년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인생 설계에 제약을 받거나 행동결정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중고생 자녀를 대상으로 입시에 필요한 사교육만 골라 프로그램을 짜 그대로 생활하게 하는 ‘돼지맘’이 성년이 된 자녀들의 학업은 물론 사생활, 취업 및 회사생활에까지 참견하는 ‘헬리콥터맘’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주체적인 의지가 부족한 자녀들 뿐만 아니라 성년 답게 주체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자녀들의 부모님들에게서도 보이며 가정 내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직장인 심모(30) 씨는 “휴일에도 근무하는 등 회사 복지에 불만이 많던 어머니께서 회사 전화해 항의하셨다는 말을 듣고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자식 걱정에 하신 일이다보니 무작정 화를 낼수 만은 없어서 입장이 참 난처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심지어 결혼에서도 당사자보다 남녀 양측의 부모님들이 나서 주도하시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최근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구모(33) 씨는 “결혼 당시에 당사자들도 모르게 양가 부모님께서 따로 만나 혼수나 예물등에 대해 정한뒤 통보를 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며 “당사자들의 결정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시다보니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가 생기기도 했다”고 돌이켜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계급 재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산층 가정의 부모들이 자신의 모든것을 자녀들의 성공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것이 자식을 부모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나 자산으로 여기도록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자식이 부모의 자산이 아닌 독립적 주체라는 것을 부모들도 인식하고, 자식들에게도 만 20세가 됐을 때 정신적으로 곧바로 독립할 수 있도록 가정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