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진도) 기자] 세월호가 침몰 전 여러 차례 이상 징후를 보였지만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 VTS)는 이를 아예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보도해명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해명조차 사실과 달라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대책본부가 발표한 해명자료는 해양경찰청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진도 VTS는 관제구역이 넓고 통항 선박이 많아(사고당시 약 160척) 모든 선박의 항적을 실시간 추적하며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고당시 160척에 달할 정도로 관제할 선박이 많았기 때문에 세월호만 콕 집어 추적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당시 관제할 선박이 실제 160척이나 있었느냐는 의문이 있다. 정재용 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시스템학과 교수 등이 2012년 8월 해양환경안전학회지 제18권에 발표한 ‘진도 연안VTS의 성과 분석 및 기능에 관한 실증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총 17개월 동안 진도 VTS 관제구역의 통항 선박은 모두 13만8368척으로, 일평균 267척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그러므로 해경의 해명은 아주 짧은 특정 시점에, 무려 하루 통항 선박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얘기가 된다.
취재 결과 해경의 이같은 해명은 ‘숫자 장난’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 교통관제계 관계자는 지난 24일 “‘사고당시 약 160척’ 부분은 진도 VTS에서 제출한 자료”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사고당시’란 사고 당일 오전 8시58분 시점을 말하며 ‘약 160척’은 그 시각 진도 VTS 관제구역 항적 화면상 자동식별장치(AIS)가 켜진 모든 선박을 드래그(긁어서)해서 나온 숫자”라고 답했다. 그는 “이 160척 선박에는 정박하고 조업 중인 작은 민간 어선 등도 모두 포함됐다”고 했다. 정박 중인 작은 민간 어선은 VTS 관제대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즉, 해경의 해명은 VTS 관제대상이 아닌 작은 민간 어선까지 모조리 포함해 마치 세월호 말고도 관제해야 할 선박이 160척이나 있다는 듯 오도하고, 이는 진도 VTS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함이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약 160척’ 중 관제대상이 아닌 선박이 몇 척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르면 VTS 관제대상은 국제항해에 취항하는 선박, 총톤수 300톤 이상의 선박, 위험화물운반선, AIS 설치 50톤 이상의 예선과 예인선열의 길이가 200 m인 예인선, 여객선, 도선선과 기타 관제를 희망하는 선박이다.
전문가도 이 같은 해경의 해명에 갸우뚱했다.
임긍수 목포해양대학교 실습선 운항 지도교수는 “VTS의 본래 기능은 배들이 안전하게 통항하게 관제하는 것인데 현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참사가 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작은 어선까지 다 포함해 계산해 관제할 배가 많았다고 해명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