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누구나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상처를 갖고 있잖아요.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서 감정이입과 이해가 잘 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최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배우 서지영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서지영은 극중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누나인 엘렌과 격투장 여주인 에바 1인 2역을 맡았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왕용범 연출과는 실제 부부 사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빅터와 인간들로부터 배신당해 상처를 입은 괴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둡고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9회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무대에 선지 20년째인데 커튼콜 때 박수소리도, 커튼콜 때 달려나가는 마음도 평소와 달라요. 독립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뿌듯하고 벅차오릅니다”

평소 하루에 낮공연, 밤공연 모두 너끈하게 소화했던 베테랑 배우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으로 하루 1회 공연만 한다. 한번만 무대에 올라도 진이 빠질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노래할 때 진성을 많이 썼는데 이번에는 진성, 진가성, 두성을 다 써요. 무대에서 한번도 안 써본 소리도 내야해서 처음에는 두려웠어요. 이성준 작곡가한테 ‘이걸 부르라고 작곡한거냐’고 묻기도 했죠”

극중 서지영은 동생 빅터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그날에 내가’를 불러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하지만 2막에서는 표독스러운 에바로 변해 파워풀한 ‘남자의 세계’를 불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남편은 저의 에바 연기를 볼때마다 ‘집에서도 저런 모습이 나오면 어떻하지’ 그러면서 깜짝깜짝 놀란대요. 제가 제주도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냈는데 제주도 여자들이 억세잖아요. 제 안에 내제돼 있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세명의 빅터와 호흡을 맞춘다. 유준상은 지난 2001년 뮤지컬 ‘더플레이’에서 만나 남편인 왕 연출보다 더 오랜시간 함께해 온 동료다.

“유준상씨는 굉장히 세심하고 여려요. 코 닦아주고 싶은 울보 동생이죠. 류정한씨는 강직하고 집중력이 강해요. 어떤 때는 의지하고 싶은 동생이예요. 이건명씨는 부드럽고 자상한 평소 모습이 연기할 때도 나타나죠. 진짜 친동생 같아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던 서지영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성악과에 가고 싶었지만 오빠인 배우 서태화가 아버지의 반대로 어렵게 성악과를 진학하는 것을 보고는 포기했다.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들어갔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 6개월만에 그만뒀다. 그리고 뮤지컬 아카데미에 들어가 춤과 노래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그동안 청순가련한 역할보다는 개성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뮤지컬 ‘잭더리퍼’의 폴리도 극중에서 두번 나오지만 임팩트가 강한 역할이었죠. 관객들이 붙여준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더라구요. 뮤지컬 ‘신데렐라’를 봐도 신데렐라보다 계모나 호박마차 끄는 아줌마에 시선이 더 가요”

그녀는 프랑켄슈타인이 끝나면 오는 8월말 뮤지컬 ‘조로’에서 집시여인으로 돌아온다. 이 작품도 왕 연출과 함께 한다.

“평생 왕 연출과만 일할 거예요. 부부라서가 아니라 연출과 배우로 만났을 때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죠. 왕 연출은 배우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지만 결국 자기가 그린 그림 안으로 모셔오는 연출가예요. 나이들면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19그리고80’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이 연출을 맡아준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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