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2일 만에 전격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과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엇갈렸다. 그러나 ‘총리 사퇴는 이 시점에서 사태 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27일 진도체육관에 머물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정 총리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 ‘사의를 표할 것 같다‘는 뉴스 속보가 뜨자 “(TV) 소리를 키워달라”고 요청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를 고쳐 앉으며 정 총리의 말 한 마디에도 귀를 기울였다. 5분 남짓한 짧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 실종자 가족은 “이 시국에 총리가 사퇴해서 어쩌겠다는 거냐”며 반발했다. 그는 “잘했든 못했든 이처럼 큰 사고가 났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잘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 아니냐”며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일반 시민들도 격앙된 목소리로 정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비판했다. 26일 경기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다녀왔다는 회사원 김동영(36)씨는 총리가 사퇴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책임회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직은(때가 되면) 언제나 물러날 수 있는 정무직”이라며 “왜 하필 사태 해결도 채 안 된 이 시점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이어 “총리가 물러나겠다고 하면 사태 관련부처(안전행정부, 교육부 등)의 다른 장관들의 사퇴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결국 책임을 지지 않고 본인만 빠져나가겠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주부 이 모(여ㆍ31)씨도 “왜 이 국면에서(총리가) 사퇴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살 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 입장에서 열흘 넘게 울면서 사고관련 TV뉴스를 지켜봤다. 모든 채널에서 똑같은 소식이 나왔지만 한 명이라도 구했다는 소식이 있을까 해서였다”며 “지금 물러나겠다는 건 사건 해결을 못한 경찰관이 자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정 총리의 사퇴를 비난했다.
일요일임에도 장사를 위해 출근했다는 자영업자 윤 모(65)씨는 “국정을 책임진 최고 수장 중 한 사람인 총리가 이 시점에서 사퇴한다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마무리 지은 다음에 물러났어도 늦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실종자 가족 중엔 정 총리의 사의표명이 응당 이뤄졌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가족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처럼 큰 사고를 내고도 제대로 수습조차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진작 사퇴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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