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은혜 기자] 어두운 동굴 속, 선잠을 깨고 보니 목이 마르다. 빗물이 고여 있는 희뿌연 그릇이 눈에 들어온다. 물그릇을 들고 맛있게 들이키고는 다시 꿈속에 빠져 든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달콤했던 물이 해골에 담긴 물임을 알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 원효(617∼686)는 이런 깨달음을 얻고 당나라 유학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와 동행한 의상(625∼702)은 예정대로 유학길에 오른다. 그리고 두 고승은 각자의 방식으로 통일신라 불교에 큰 업적을 남긴다.
또 삼국통일전쟁과 나당전쟁 등으로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던 한반도에 피폐해진 민중의 삶을 보듬어 줄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신라의 지배층은 국가의식 고취나 왕실 권위의 강화에 불교를 이용한다. 이에 원효와 의상은 지배층 중심의 불교를 반성하고 소외된 민중을 위한 불교적 이상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원효는 중생의 황폐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대중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눈높이에서 교화한다. 반면에 의상은 속세를 떠난 출가자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지배계층에게 백성을 위한 정치를 촉구하는 불교 지식인의 길을 걷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6일 개최되는 남동신 교수(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토요일 오후, 인문학 정원’ 강연에서는 중생구제라는 같은 꿈을 꾸었지만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한 원효와 의상을 이야기한다. 또 불교 대중화에 힘썼던 원효와 불교 지식인 의상이 백성을 위해 각자 선택한 길을 통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토요일 오후, 인문학 정원’은 공개강좌로 누구나 사전 신청없이 참여가능하다. 2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넷째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