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속 작업시작 한시간도 안돼 한숨 차도 작업땐 차량들 ‘쌩쌩’달려 위험천만 환경미화원엔 매일 매일이 ‘지구의 날’
쓰레기통은 넘쳤고 플라스틱 컵은 탑을 쌓았다. 가게 앞엔 꽁초가 수북했다. 봄비에 쓰레기가 씻겨갔을 것이란 예상을 무색케하듯 거리는 여전히 더러웠다. 형형색깔의 전단지는 바닥에 들러붙었고, 가로수 옆에 누가 버린 지 모를 상자 뭉치는 물을 먹어 초라한 모습으로 나뒹굴었다.
지구의 날(22일)을 하루 앞둔 21일 새벽 4시. 서울 성동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박영진(54) 씨를 만났다. 거리 청소를 하며 쓰레기를 치워보겠다는 기자의 말에 박 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늘 날을 잘못 잡으셨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거리에 뭐가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박 씨는 형광색 우비를 걸쳐 입고 빗자루를 건넸다. 그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왕십리역에서 시작해 도선사거리까지, 다시 발길을 돌려 무학여고 사거리 앞까지. 박 씨가 맡은 청소 구역이다. 거리로는 1㎞정도 비교적 짧다고 말했지만, 3시간 동안은 부지런히 돌아야 (청소를)마칠 수 있다고 했다. 거센 빗줄기에 빗자루질은 더뎠다.
“그렇게 길게 잡으면 어떻게 쓸어요?”
빗자루질을 시작하자마자 돌아온 것은 핀잔이었다. 가르쳐준 데로 빗자루를 고쳐 잡고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물을 먹고 바닥에 달라붙은 전단지는 아무리 쓸어도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힘을 주어 긁어내면 이내 찢어져 버리고 거리는 더 더러워졌다. 누가 버렸는지, 망가진 일회용 우산은 부피도 커서 따로 들고 다녀야 했다. 휴게실에서 받은 목장갑은 10분 만에 축축하게 젖었다. 안경 안으로 빗물이 들어가 연신 닦아내야 했다. 일회용 우비 사이로 땀인지 빗물인지 모르게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한 시간도 안돼 한숨이 나왔다.
본격적인 청소작업이 시작되자 박 씨는 인도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쓰레기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차도로 내려갔다. ‘쌔앵’하고 지나가는 자동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자가 한쪽에서 쓰레기를 쓸어 넘기면 박 씨는 쓰레받기에 담았다. 10미터도 못 가 쓰레받기가 가득 채워졌다. 박 씨가 건네준 파란 쓰레기봉투를 꺼내 쓰레기를 옮겨 담았다.
“분리수거를 어차피 해야 하는데, 지금 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편하잖아요.”
박 씨의 말에선 힘든 노동 속에서도 남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짬짬이 쓰레기봉투를 뒤져 유리병과 플라스틱 컵을 뺐다. 나눠 담은 봉투가 꽉 찼다. 봉투를 묶고 가로등 밑에 던져놨다. 잠시 후 지나갈 쓰레기차가 가져가기 편하라고 일부러 가로등 밑에 뒀다.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6개를 채우고 나서야 아침 작업이 끝났다. 낙엽이 지는 가을철에는 일이 두 배로 늘어난단다.요즘같이 낙엽이 없을 때에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거나 담배꽁초다. 특히 담배꽁초는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사이에 끼어 청소에 애를 먹기 일쑤다.
“제자리에만 버려도 훨씬 일이 줄어들 것 같다”며 박 씨는 청소를 이어갔다. 기자에게 걸음을 재촉했다. 날이 밝고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비에 젖은 쓰레기봉투를 옮겼다.
“무슨 날(지구의 날)이라고 (사람들이) 쓰레기 안버리는 것도 아닌데, (청소는) 매일 해야죠.”
쓰레기를 줄이자고, 분리하자고, 치우자고 말하는 지구의 날은 박 씨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그에겐 매일매일이지구의 날이기 때문이다.
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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