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9주년은 마냥 축하받을 수만은 없는 생일이 됐다. 국가적 재난으로 애통하고, 멤버 길의 음주운전으로 쓰라린 날이었다.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한 MBC ‘무한도전’은 바로 이날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대한민국이 비탄에 잠긴 시기이기에, 제작진은 9주년을 축하하는 특집은 준비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예정됐던 녹화도 취소하며 애도의 마음으로 국민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무한도전’의 멤버 길이 0시30분께 음주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고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에서 양화대교 방면으로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길은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09%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기는 너무나 미묘했다. ‘초유의 인재’로 온 국민이 애통해하던 날이었다. ‘무한도전’의 생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무한도전’은 2014년 장기 프로젝트로 오는 5월 코리아 스피드 레이스 페스티벌(KSF)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길은 그 중 출전 4인에 이름을 올렸는데, 음주운전 사건의 주인공이 된 씁쓸한 상황이었다.
길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알려지자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길은 결국 제작진에 자진하차 의사를 전달했고, 제작진도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MBC는 “23일 새벽 ‘무한도전’ 출연자 길 씨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길의 하차를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특히 이번 일에 대해 “ 국민 모두가 슬픔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시기에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다. 시청자 여러분이 느낄 실망감이 얼마나 크실지 짐작하기에 제작진 또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현재 길 씨는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드리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길 씨는 제작진에게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무한도전’ 자진 하차의 뜻을 전달했다”며 “제작진은 길 씨의 자진 하차를 받아들여, 당분간 6인 체제로 녹화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길은 지난 2009년 정준하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무한도전’에 출연했다가 고정 멤버가 됐다. 벌써 5년이 지났다. 프로그램 입성 초반엔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 오른 예능감을 보여주고, 묵묵히 노력하는 예능인의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국가적 참사와 맞물려 빚어진 사건에 5년간 가족으로 함께 했던 멤버와 이별을 하게 됐다. 함께 한 시간은 길었지만, 방송이 재개된 이후에도 길이 프로그램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앞으로의 방송에서 길 씨가 출연한 부분을 최대한 시청자 여러분이 불편하지 않은 방향으로 신중하게 조율해서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촬영을 마친 특집 중 일부는 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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