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제 등 장애인 위한 제도는 말뿐 -실제로는 정교하지 못해 오히려 걸림돌도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마련된 복지제도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인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장애인들의 고충은 심화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취지가 무색해진 대표적인 예가 ‘부양의무제’다. 지난 1990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은 가족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족들이 장애인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정됐다.
문제는 부양하는 가족에게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장애인 당사자는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다는 점. 더불어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가구의 부양의무자 가구 평균 소득은 2011년 기준으로 233만원이다. 이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345만원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가난한 장애인의 복지를 가난한 가족들이 떠안은 셈.
실제로 지난 2012년 7월 거제의 한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 김모(62ㆍ여) 씨는 사위의 소득이 신고되면서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수급에서 탈락하자 음독자살했다. 사실 김 씨는 딸 내외와 연락을 끊다시피 살고 있어 실제로는 전혀 부양받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한명희 노들장애인야학 상임간사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과 가족들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돼 결국 가족구성원 모두가 가난해지고 서로를 억압하게 된다”며 장애인 부양의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애등급제’는 또 다른 문제다. 이는 장애인들을 신체적 기능손상 정도에 따라 6개 등급으로 구분해 등록하게 하는 제도. 문제는 판정기준이 검사를 받을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등 현실적이지 못하고 장애를 단순히 신체에 대한 문제로만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이 등급에 따라 낮은 등급의 장애인들은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받기도 한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해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차량 지원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조차 1~3급 장애 등록자만 가능하다. 거동이 불편해 서비스가 필요하더라도 4급 장애 등록자부터는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행정상의 편의만 고려된 장애인등급제로 많은 장애인들의 복지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장애등급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검사에 드는 비용마저 장애인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청각장애 2급인 박모(35) 씨는 자신의 장애를 증명하기 위해 이비인후과에서 회당 30만~40만원을 들여 3번의 검사를 받았지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은 모두 본인이 떠안아야 했다.
2007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활동보조인’ 제도도 허점투성이다. 지체 장애인의 외출이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보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단순한 임금체계가 문제다. 활동보조인은 경증장애인을 담당하든 중증장애인을 맡든 시급 9000원의 동일한 활동비를 받는다. 대부분 50~60대인 활동보조인들은 부담이 덜한 경증장애인만 보조하려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마포장애인센터에서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이모(55) 씨는 “50시간의 교육실습시간을 수료하면 보조인 자격이 주어진다”며 “1회성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교육하다 보니 실제 투입된 후 각각의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처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국회 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메르스나 아동학대 등 다른 이슈들을 처리하느라 상대적으로 장애인제도 관련법 개정이 후순위로 밀렸다”며 “장애인 복지제도 개선을 위해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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