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디어 장악이 러시아 내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브콘탁테’(VKontakte)로 이어졌다.

SNS상에서 오가는 푸틴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견제하고 그동안 국영 언론 등을 통해 진행한 ‘프로파간다’(정치 선전)식 친정권 여론몰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브콘탁테의 지분 상당수는 푸틴의 지지자들 손에 넘어간 상태다.

브콘탁테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29)는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러시아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고 22일(현지시간) 출국했다. 행선지와 계획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떠난 브콘탁테는 푸틴의 든든한 경제적 지원자로 알려진 러시아 최대 부호 이고르 세친과 알리세르 우스마노프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브콘탁테의 대표직을 사임한 두로프는 사임성명을 내고 “오늘 브콘탁테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이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았고 주주들이 이같은 일을 직접 할 만큼 용감하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콘탁테는 이고르 세친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의 완벽한 통제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세친은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로 과거 푸틴 내각에서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우스마노프는 인터넷 업체인 메일루(mail.ru)를 통해 브콘탁테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스프롬인베스트홀딩 CEO를 맡고 있다. 철광석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고 통신기업인 메가폰과 페이스북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두로프는 우스마노프에게 회사 지분 12%를 팔았으며 우스마노프와 그의 협력자들의 지분을 합하면 52%에 이른다.

푸틴의 미디어 지배욕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그는 라디오 방송인 보이스오브러시아(러시아의소리)와 국영통신사인 리아노보스티를 합병해 ‘라시아 시보드냐’를 설립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국영 통신사를 통합하고 일원화해 언론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해석했다.

미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 방송은 라시야 시보드냐가 옛 소련 시절 APN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APN은 냉전시대 소련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던 선전 매체로 1992년 이타르타스 통신과 합병해 사라졌다.

성공적인 언론장악은 지지율로 나타났다. 지난달 푸틴의 지지율은 80%를 기록했으며 ‘지역강국 러시아’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들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사태를 폭도들에 의한 쿠데타로 보도했으며 크림반도 러시아계 주민들의 안전을 강조해 합병을 정당화하는 등 푸틴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이어갔다.

이와 달리 두로프는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크라이나 반(反)정부 시위 주동자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요구를 받아왔지만 이를 거절했고 당국과의 갈등을 빚어온 터라 정치적 망명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편 브콘탁테는 유럽 최대의 SNS로 특히 러시아어 사용 국가에서 인기가 높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몰도바, 벨라루스, 이스라엘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용자 수는 2억3900만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