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정규(수원)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추진중인 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통폐합 절차 진행이 마치 ‘급행열차’를 탄듯히 고속질주하자 경기도의회와 공공기관이 ‘이해불가’라는 지적을 내놓고있다.
산하기관 존폐 여부는 신중히 접근해야하는데 ‘5월’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히는 스피드만 내세운 ‘초보’ 수준의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상당수 의원들은 “남경필 지사가 오는 5월 관련 조례 제·개정 등을 통해 산하 공공기관의 통폐합을 매듭질 계획을 세웠다”며 “왜 그렇게 밀어붙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경기도의원들은 공공기관 통폐합 용역최종결과는 오는 8월말에 나오지만 용역 초안만으로 경기도의회에서 5월에 ‘거사’를 치루듯히 초스피드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날을 세우고있다. 용역결과도 아닌 초안도 지난 3월 25일 첫공개한것을 볼때 오는 5월 경기도의회 통과목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진행 상황을 보면 용역초안이 지난 3월25일 첫 공개된 뒤 공공기관 설명회 전공무원대상 컨설팅 초안설명회 개최가 사흘뒤인 3월29일, 공공기관 CEO의견수렴은 5∼10분으로 끝났다.
참석자들은 “의견수렴은 아니고 통보 수준이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실국장 의견수렴이 4월4, 7일 양일간 진행됐고 공청회는 4월15일 개최됐다. 4월19일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 합리화 용역 결과 보고회, 20일 경기도의회 상임위 용역안보고 등 초스피드행정은 계속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통폐합 관심이 덜한 시점에 스피드 행정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지사가 산하기관 통폐합을 매듭지면 ‘연정’을 통한 공공기관 통폐합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기록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대부분 소관 상임위는 사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충분한 재검토을 요구하고있다. 일부 도의원들은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용역 보고회에도 대거 불참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0일 경기도로부터 상임위 소관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용역안을 보고 받고 심도있는 논의를 벌였다. 용역결과가 아닌 초안만이 있을뿐이다. 이날 상임위에는 이재철 경기도정책기획관이 참석해 추진 과정 등을 설명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번개불에 콩볶듯 왜 그렇게 빠르게 진행돼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장동길(광주2)ㆍ오구환(가평) 의원은 “기관 통폐합을 논의하는 기구에 문광위 소속 의원이 한 명도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기관의 존폐여부) 논의는 모순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하기관의 문제는 이미 도에서 알고 있었고 그렇게 관리해 온 것인데 지금 와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고용승계 방안은 있는 것인지 노동자가 무슨 죄가 있는가. 남 지사의 도정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같은 당 박형덕 의원(동두천2)도 “(기관 통폐합) 자료를 오늘 받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사업인데 관련 상임위에서 이런 내용조차 보고받지 못하고 오늘 받아 질의하는 자체가 맞지 않는다. 수익 목적의 경영합리화로 몰아가는 것 자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문화체육관광위 정기열(더민주·안양4) 의원은 “우리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용역 결과를)전면적으로 재검토 해야한다”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 장동길(새누리·광주2) 의원은 “추진협의회의 민간전문가들을 보면 우리 산하기관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재고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경제과학기술위원회도 1차 회의를 갖고 경제위 산하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해 심의를 이어갔다.
더민주 김영환 의원(고양7)은 “기관을 통폐합하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분야는 더 확장을 필요로 하는데 통폐합으로 인해 오히려 침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과학위원회 고오환(새누리당· 고양6) 의원은 질의과정에서 “상임위가 이 안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한다고 하지 않았나. 안할 수 있는 건가”라면서 “추진협의회가 어떤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졌는지 의문” 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같은 상임위 김길섭(새누리·비례) 의원도 “앨리오앤컴퍼니라는 회사가 공공기관을 조정한 경험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기 때문에 통폐합이 아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방성환 의원(성남5)은 “용역 결과에 대한 최종안은 8월에 나오는데 5월 임시회에 조례안을 제ㆍ개정한다는 것은 순서도 맞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능의 중복성만 치중해 통합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적인 관점에서 여러모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 19일 도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 합리화 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도의원 대부분이 참석을 거부해 단 15분여만에 무산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기관 통폐합은 연정합의문에 따라 진행됐고 앞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도자재단 노조는 20일 “비영리문화기관이 40%자립하여도 방만한 좀비기관입니까”라는 성명서를 내고, “용역비 5억5000만원에 대해 경기도가 경기도민에게 예산낭비했다고 전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