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출발은 심히 창대했다. 사극판 ‘어벤저스’로 불렸다. 김명민 유아인이 만났고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등 청춘스타가 총출동했으며,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복귀작이었다. 제작비는 무려 300억원이 들었다.

무협과 로맨스를 오갔다. “역사가 스포”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처럼 번지는 때에도 수많은 역사 속 사건을 비틀어 스토리를 다졌다. 훨훨 날았던 ‘육룡’과 감초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졌다. 지난 6개월 SBS ‘육룡이 나르샤’가 일군 성과다.

같은 시기, 같은 인물을 다룬 KBS2 대하사극 ‘정도전’이 한바탕 안방을 휩쓸고 지난 이후 등장한 드라마였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시작부터 ‘정도전’과의 차별점을 세우고 드라마를 출발했다. ‘정도전’이 시대의 리더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육룡이 나르샤’의 초점은 ‘국가’로 향해있었다. 부패했던 고려 말의 상황을 보여주며 조선을 건국하기 위해 모인 ‘육룡’의 삶을 통해 ‘국가의 존재 이유’와 ‘국가 속 개인의 삶’을 다뤘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드라마 초반엔 6명의 주인공이 몰락하는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그것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이야기, 국가가 존재이유를 잃었을 때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갔다.

역사 속 인물 세 사람과 가상의 인물 세 사람이 만나 ‘육룡’이 된 것도 이 과정을 담기 위해서였다. ‘분이’의 존재가 드라마 초반 실감나게 그려졌다. 백성을 대표하는 입이었고, 민심을 대변하는 얼굴이었다. 박상연 작가는 드라마 집필 당시 본지를 통해 “한 나라가 망해가는 피폐한 지옥상과 새 나라의 창업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역사 속 세 인물이자 백성보다 나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았다”며 “백성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에 대한 시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신세경이 연기한 분이의 존재이유다. 드라마가 초반 난세 조명에 집중한 이유 역시 새 나라의 창업 과정을 그려야 하는 최종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용비어천가’에서 세종의 6대 선조(육룡)를 찬양하는 한 구절을 따왔다. 작가들의 전작인 세종시대를 다룬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이다. 박상연 작가는 드라마에 앞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선덕여왕’과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의 세계관이 연결돼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자 드라마는 힘을 발휘했다. 다소 시간을 끄는 듯 보였던 난세 속 주인공들의 삶은 굵직한 사건 안에서 촘촘하게 직조됐다.

특히 드라마가 해석한 역사적 인물 이방원은 유아인을 통해 역대 최고의 ‘이방원’으로 거듭났다. 피 끓는 열혈청춘 이방원은 지금껏 드라마와 영화가 다뤄온 이방원과 달리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태어났다. 난세를 뒤엎고 ‘아주 멋진 혁명’을 이루기에 여념이 없던 이방원의 청춘은 선죽교의 비극과 왕자의 난을 통해 캐릭터의 진가를 발휘했다. 두 장면은 드라마 속 명장면으로 꼽기에 충분했으며, 유아인은 그가 이방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긴 여정을 통해 연기로 입증했다.

다만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백성을 대변하던 분이 캐릭터에 힘이 빠진 점은 아쉽다. 애초 여섯 명의 주인공에게 공평한 공간을 할애하려 했던 새로운 시도는 “모두가 주인공인 시대”의 드라마답게 혁신적이었으나, 초반엔 할애된 분량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점, 후반엔 각 캐릭터의 힘이 조금씩 줄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월화 안방에선 최강자를 지켰으나, 방송사 입장에선 더 치고 나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 눈치다. 기대보단 못한 시청률로 드라마는 중후반 무렵 제작비 절감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종영을 앞둔 21일 방송분은 16.2%(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월화 안방 1위다.

shee@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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