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송송 케미’네. 근데 송중기가 송혜교보다 더 예쁘네.” 모처럼 TV를 보고 있는데, 같이 화면에 몰두하고 있던 딸 아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케미? 그게 무슨 말이야?” “케미도 몰라? 아빠 구시대야.”

딸 아이 면박에 체면불구하고 뜻을 물어봤더니 ‘그림같이 잘 어울리는 남녀 커플’이란 의미란다. 더 묻기도 자존심 상해 핸드폰 검색을 했더니, 케미(chemi)의 뜻과 함께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라고 나온다.

아, 그렇구나. 명색이 기자인데, 최신 용어도 모르다니….

반성과 함께 화면 속에 푹 빠졌다. 정말 송중기, 송혜교는 케미였다. 둘다 그림같이 예쁘다. 잘 어울린다. 꽃미남에서 제대 후 ‘상남자’로 돌아온 송중기와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한결같은 외모의 송혜교. 이들이 함께 출연하는 ‘태양의 후예’를 첫편부터 봤는데, 그들에 빠져 그렇게 난 ‘태후 마니아’가 됐다. 첫 방송부터 14%대, 3~4편에는 24%대로 치솟은 시청률엔 내 공로도 작지 않다. 지금 인기라면 30%대 돌파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동 시간 다른 방송이 5%대인 것을 보면 엄청난 대박이다.

송중기 브랜드에다가 화면 곳곳에 영화같은 장면들이 나오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우연히 며칠전 방송 쪽에서 일하는 사람과 만나 몇마디를 나누고는 ‘태후’의 고공행진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됐다.

태후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거의 첫 성공사례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사전제작이 정착됐지만, 유독 한국에선 그렇지 못했다. 열악한 제작환경 탓으로, 3~4회 내보낸 다음 반응이 좋으면 간접광고(PPL)를 끼워넣는게 우리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수시로 주인공들은 PPL브랜드 장면을 연기해야 했고, 매번 바뀐 스토리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쪽대본은 그래서 나왔다. 연장, 또 연장이라는 문화가 생긴것도 이때문이다.

사전제작을 하면 좋은 점이 화면을 충분히 손볼 수 있다는 점이다. 쪽대본으로 급박하게 찍어 송출하는 것과 근본이 다르다. 송송 커플이 예쁜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히 화면을 만지고 다듬어 전파에 담기에 ‘영화 같은 드라마’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송송 커플의 이름값에 힘입어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 회당 25만여 달러에 사전 판매한 것도 이 드라마가 제작비 부담없이 무한 상상력을 전개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쪽대본과 무리한 연장방송, 그리고 광고주에 의한 스토리 변질 등의 부작용을 해소한 모델 드라마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특정 드라마를 홍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사례를 방송사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송송 케미가 요즘 단연 화두인 가운데 ‘부조화 케미’도 이번주 등장한다. 9일을 시작으로 15일까지 다섯차례 대국을펼치는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세돌-이창호, 이세돌-박영훈이라면 조화로운 대결 구도인데, 사람이 인공지능과 대국을 한다니 웬지 어색하다. 그럼에도 어쩌랴. 인간 영역을 야금야금 인공지능이 파헤치고 있으니…. 이번만큼은 물리쳐주길 바랄 뿐이다.

딸 아이한테 이번엔 반대로 내가 물어야겠다. “‘부조화 케미’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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