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어떤 사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인식은 달라집니다. 영원불멸로 여겨지는 태양<사진>도 예외가 아닙니다.
2000년 첫날, 전국 해맞이 명소는 장엄한 새천년 첫 해오름을 보기위한 인파로 들끓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종교를 떠나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직장과 국가의 만사형통을 위해 정성껏 소원을 빌었지요. UN이 ‘세계천문의 해’로 지정한 2009년 새해 첫날도 비슷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렇게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던 겁니다.
오늘도 태양은 어김없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절대적 진리이게에 그렇습니다. 그 어떤 인위적인 힘도 이런 이치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이자 모든 생명체의 모태와 같은 존재입니다. 지구에 쏘여진 햇빛 덕에 온갖 생명체가 존재하고 또 꿈틀댑니다. 강렬한 빛으로 제대로 쳐다 볼 수 없지만 요즘 같은 때엔 화사한 꽃향기까지 머금은 햇살을 아주 공평하게 안겨주는 태양입니다.
북녘 역시 태양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평양 시내는 연일 십만 군민(軍民)집회로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라는 소식입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군요. 올해는 섬뜩한 열병식 대신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가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태양절의 주인공 김 전 주석은 1912년 4월 15일 대동강 기슭 만경대 쪽에서 태어나, 1994년 7월 8일 82세를 일기로 갑작스레 운명(殞命)했습니다. 태양절은 김 주석에 대한 3년 탈상일인 1997년 7월 8일에 중대선언을 통해 알려졌고 연호도 ‘주체’로 바뀌었습니다.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은 태양궁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는 태양상이 됐습니다.
지금 북한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백두혈통이자 태양권력 직계입니다. 저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최고존엄’이 곧 태양인 셈인 것입다. 자유분방한 남쪽 언론이 그 존엄을 슬쩍 건드리기만 하면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분노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