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흑인 차별’로 홍역을 치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발언이 백인에게 차별을 받는 흑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자인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록은 수상자 투표를 집계하는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를 언급하며 “여러분에게 미래에 훌륭한 회계사가 될 세분을 소개합니다”면서 아시아계 어린이 3명을 무대로 불렀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가 회계사라는 점을 비꼬은 것이다. ‘수학에 뛰어난 부지런한 노동자’라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도 깔려있다.
록은 이어 “제 농담이 불쾌하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트윗을 올리세요. 물론 스마트폰은 모두 이 아이들이 만든 것 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아시아는 스마트폰으로 먹고 살고 있고 이 스마트폰은 아동 노동 착취를 통해 만들어 진 것’이라는 인식이 배어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보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식 농담’이라면서 록을 옹호하기도 했지만 시상식 초반 ‘흑인 차별’을 풍자하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록은 본상 진행에 앞서 “차라리 남녀 배우상 범주를 나누듯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록이 인종차별을 역설적으로 풍자했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비판 받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증진단체 대표인 미 마우아는 시상식 다음 날 성명을 내고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어린이들과 관련된 농담은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둘러싼 치명적인 고정관념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인종이 흑인과 백인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test10298@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