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관리감독 소홀 경영진에 보안 경각심 일깨울 필요” 최 전 대표, 향후 5년간 금융사 임원 및 퇴직금 수령 불가
[헤럴드경제=김현일기자] 2013년 발생한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건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해임권고 처분을 받은 당시 KB국민카드 대표이사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는 KB국민카드의 최기의 전 대표이사가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은 “최 전 대표이사가 고객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관리ㆍ감독 책임을 소홀히 해 사고를 야기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건은 2013년 국민카드와 물품구매계약을 맺은 개인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KCB) 직원 박모 씨가 국민카드의 카드사고분석시스템(FDS)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던 중 고객정보를 몰래 빼간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박씨는 같은해 2월과 6월 국민카드 광화문 본사와 염창동 전산센터에서 작업하면서 자신의 USB에 5378만명의 고객정보를 담아서 나왔고, 이를 대출중개업자에게 팔아 대량 유출사태를 촉발했다. 박씨의 범행은 이듬해 1월에서야 알려지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카드 임직원이 보안 통제를 철저히 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고객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금융위에 최 전 대표이사를 해임권고 해달라고 건의했다. 금융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2월 국민카드에 최 전 대표이사의 해임권고를 통보했다.
이미 2013년 7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최 전 대표이사는 뒤늦게 징계가 내려지자 “당시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 해임권고 처분으로 8억원 상당의 퇴직금과 성과급을 못받게 돼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 전 이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카드는 KCB직원들에게 암호화되지 않은 고객정보를 그대로 제공하는 등 보안을 위한 별다른 지침이나 주의를 준 적이 없다”며 국민카드에 책임을 물었다.
특히 KCB 직원이 염창동 전산센터에서 작업할 때 이를 감시하는 국민카드 직원이 상주하지 않은 데다가 야간이나 휴일에는 아예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국민카드가 사실상 KCB직원의 정보유출을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국민은행으로부터 분사하는 과정에서 이관된 국민은행의 고객정보와 탈퇴회원의 고객정보 등을 파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던 점도 국민카드 내규 위반사항으로 지적됐다.
KCB 직원이 USB를 갖고 전산센터를 출입한 것에 대해 최 전 대표이사는 ‘박씨가 금속탐지센서기를 기술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휴일에는 금속탐지기를 작동시키지 않았고, 평일에는 가방만 통과시킬 뿐 몸에 휴대한 물건은 따로 검색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국민카드의 통제미흡을 지적했다.
해임권고 처분은 지나치다는 최 전 대표이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개인정보 유출은 또다른 금융범죄의 피해자를 대규모 양산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며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통제시스템 재정비를 유도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똑같이 유출사고를 일으킨 농협은행장이 경징계를 받은 점에 대해선 “농협은행의 유출건수는 국민카드의 절반 수준이고, IT업무는 농협중앙회에 위탁하고 있어 관리감독 책임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징계로 향후 5년간 금융회사 임원에 선임될 수 없게 된 최 전 대표이사는 현재 부산파이낸셜뉴스 대표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