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24일 '5%룰 위반' 엘리엇 제재 의결후 검찰 통보키로
총수익스와프(TRS) 악용 적발 첫 사례…법리 공방 예고
[헤럴드경제= 박영훈ㆍ김재현 기자] 금융당국이 적대적 투기세력의 공격에 칼을 빼들었다. 무엇보다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투기 세력의 적대적 M&A(인수합병)나 공격적 경영 참여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들고 삼성그룹과 일전을 치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그 본보기다.
특히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투기 세력의 경영권 공격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공시를 피해 몰래 지분을 늘릴 목적으로 일종의 파생상품 계약인 TRS를 활용해 왔다.
▶ 삼성물산 공격 엘리엇 본보기= 2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주식 대량보유 공시 의무인 ‘5% 룰’을 위반한 혐의로 엘리엇에 대한 제재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5%룰이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 간섭으로부터 회사가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변동 내역을 5거래일 안에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증선위 자문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도 엘리엇을 검찰에 통보키로 한 원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24일 증선위도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금융당국은 이날 증선위의 결정이 나는 대로 검찰에 엘리엇의 혐의 내용을 통보하고 조사 자료 일체를 넘길 계획이다.
이번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 특별조사팀은 엘리엇이 작년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파생금융 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를 악용, 몰래 지분을 늘린 것이 ‘5% 룰’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엘리엇은 작년 6월4일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시장에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재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를 주장하며 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였지만 패배했다.
당시 엘리엇은 작년 6월2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4.95%(773만2779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이튿날 보유 지분을 2.17%(339만3148주) 추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은 엘리엇이 TRS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한 지분까지 더하면 6월4일이 아닌, 5월 말께 이미 대량 보유 공시를 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편법 TRS 첫 제재…TRS가 뭐길래= 무엇보다 국내에서 순수 투자목적이 아닌, 경영권 공격을 위한 편법 TRS 활용이 적발돼 제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RS는 주식 보유 상황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이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가령 A펀드가 B증권사에게 주식 1000억원어치를 사달라고 하는 내용의 TRS 계약을 맺으면 B증권사가 주식을 사고 손실은 A펀드에 귀속되는 방식이다.
A펀드는 사실상 무자본으로 큰 투자 기회를 노릴 수 있고, B증권사는 투자 손실위험은 고객에게 넘긴 채 거래액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해외에서는 TRS를 악용해 헤지펀드의 공격이 빈번했다. 국내에서도 엘리엇이 TRS를 활용,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확보하며 경영권 공격에 포문을 열었다.
금융당국은 재무적 투자 차원에서 TRS를 활용하는 것은 투자자의 재량이지만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공격적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두고 TRS 계약을 동원해 실질적 지분을 늘리는 것은 공시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엘리엇은 TRS 계약을 통해 메릴린치, 시티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게 하고 나서 대량 보유 공시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고 이를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에 대해 엘리엣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여서, 사법 당국과 엘리엇 사이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park@heraldcorp.com
<엘리엇 삼성물산 공격 일지>
2015년 2월 엘리엇 삼성물산 지분 매입 시작
2015년 6월 삼성물산 지분 7.12%확정 공시, 합병 반대 선언
2015년 7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안 가결
2015년 9월 금융감독원, 엘리엇 불공정거래 조사
2016년 2월 금융당국, 엘리엇 5%룰 위반 검찰 통보
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