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 커졌지만 지폐 액면가는 그대로

-인플레이션에 돈세탁 등 범죄 악용 우려로 잇단 퇴출 [헤럴드경제]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있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자 고액권이 걸림돌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로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풀린 돈이 고액권으로 장롱 안에 잠자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고액권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지하경제와 밀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이 큰 만큼 각국의 고액권에 대한 입장은 극도로 신중하다.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만 해도 최고액권 지폐는 100위안이다. 한화로 2만원 채 안된다. 미국도 경제 규모에 비해 소박한 100달러(약 12만2640원)가 최고액권이다.

우리나라는 5만원권의 편의성을 실감하면서도 10만원권 발행에는 주저하고 있다.

10만원권이나 500위안, 1000달러 짜리 지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액면가 자체가 커진데 따른 기대심리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2009년 5월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세뱃돈이 1만원에서 5만원으로 훌쩍 뛴 것과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10만원권 화폐 도안까지 거론될 정도로 고액권 발행 논의가 진전됐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무산됐다.

돈 세탁이나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도 고액권 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5만원권 발행 초기 비자금 등에 사용되면서 시중에서 5만원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도 비슷한 이유에서 500위안 지폐 발행을 꺼리고 있다. 궈텐융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주임은 “고액권 발행에 대한 토론은 수차례 있었다”면서 “고액권이 사용에 편리한 점이 있지만 통화 팽창에 대한 기대 심리를 부추기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고액권이 경제적 불평등을 강조해 사회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궈 주임은 “중국은 여전히 저소득층이 많아 고액권 화폐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방에서는 일찌감치 고액권의 폐해를 경험하고 퇴출시켰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을 전후로 1000달러는 물론 5000달러, 1만달러, 10만달러까지 지폐로 발행했다. 그러나 결제 수단의 발달로 고액권의 수요가 줄고 위조, 사기 등 범죄가 늘자 1945년 고액권 발행을 중단하고 1969년 통용도 금지했다.

현재 시중에서 돌고 있는 고액권 달러는 대부분 수집용이다.

캐나다는 1935년 발행하기 시작한 최고액 1000달러권을 2000년 5월부터 발행을 중지하고 회수했다. 자금 세탁 및 조직 범죄의 예방이 중요하다는 캐나다 연방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도 2014년 7월 고액 현금 거래에 따른 돈세탁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1만 싱가포르 달러(816만원) 발행을 전격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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