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과 날 선 설전을 벌였다. 신형대국관계에 걸맞은 군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국이 예상외로 이번에 정면충돌을 벌임에 따라 향후 동북아 정세의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헤이글 장관은 방중을 앞두고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 행보를 보여 중국을 자극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8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두 사람은 방공식별구역, 동·남중국해 영유권, 사이버전, 북한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외교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설전’을 주고받았다.
포문은 헤이글 장관이 먼저 열었다. 작심한 듯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를 꺼냈다. 그는 창 부장에게 “중국이 영유권 갈등이 있는 섬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면서 “미국은 일본을 보호할 것이며 필리핀에 대해서도 조약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동맹국인 일본과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창 부장은 “중국은 영토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쟁불사론‘까지 언급했다. 외교의 장에서 무력행사 가능성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발언에는 일본 보호를 명확하게 내세운 미국을 강하게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헤이글 장관은 북한문제도 강하게 거론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중국에게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체제를 계속 지지하면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 전쟁 문제를 놓고 중국과 빚어지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면서 사이버전쟁 수행에 대한 미국의 ‘독트린’, 즉 기본원칙을 제시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측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나 미국의 일본 지지를 둘러싼 논란 쪽에 맞췄다. 그렇지만 헤이글 장관의 발언에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경우 “나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당신 발언에 실망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현안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까지 연출되면서 미·중 신형군사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신(新) 냉전구도가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은 적대와 갈등보다는 경쟁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비록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았지만 ‘견제할 것은 견제하되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방향으로 양국이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