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경선 트럼프·샌더스 압승 정치 아웃사이더 반란이 현실로 워싱턴 상징 기존 정치에 배신감 젊은층·무당파 표심 이끌어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화요일 저녁 미국의 기존 정치 판도를 흔들었다. 미국 노동자층의 분노가 (두 사람의) 뉴햄프셔 승리로 분출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2차 관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관전평이다. CNN도 “민주 공화 양당의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끔찍한 밤이 됐다”고 평했다.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기성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실망감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분노의 정치가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미 대선판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분노’가 집중 조명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한국의 정치판을 뒤흔들었던 ‘분노의 정치’가 미 대선의 판도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노의 정치’ 이면엔 중산층의 붕괴, 흔들리는 미국의 자존심과 동양계 및 히스패닉계에 대한 피해의식 등 미국 사회의 복잡한 단면이 얼기설기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중산층의 붕괴…‘분노의 하이킥’이 표심 갈랐다=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민주당의 샌더스 의원이나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 모두 65세 이상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연령층, 전 소득계층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불신이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기성정치에 분노의 하이킥을 날린 셈이다. 특히 샌더스와 트럼프 두 아웃사이더의 지지자들 모두 로열티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란은 향후에도 미국 대선판을 휩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엔 중산층의 붕괴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중산층 인구는 1971년 61%를 차지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49.9%로 줄었다. 중산층이 인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43년만에 처음이다. 계층간 소득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상류층의 소득 중간값은 47% 늘어난 17만4600달러에 달했지만, 중산층 소득 중간값은 7만3400달러로 34% 증가했고 하류층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산층의 붕괴는 미국 사회에 사회경제적 갈등을 낳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이민자 등에 대한 논란 모두가 중산층의 붕괴에서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9ㆍ11테러 이후 미 역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불안감 등과 상호 증폭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같은 중산층의 붕괴, 그리고 소득 불균형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90%가 미국의 경제시스템이 소수의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CNN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참가한 투표자 중 절반은 기존 정치권 출신이 아닌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공화당과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연방정부에 대한 분노(990%) 다음으로 높았다.

여론조사전문가 더글러스 숀은 폭스뉴스에서 “정치 아웃사이더들이 선거판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며 “기성 정치에 배신당한 미국인의 마음이 이번 경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젊은층ㆍ무당파…분노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번 뉴햄프셔 경선 결과에 대해 “샌더스는 젊은이들을, 트럼프는 무당파 유권자들을 이번 경선에 많이 참여하게 했다”며 “방향은 다르지만, 워싱턴 정치가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하나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신감에 가득찬 이들이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분노의 정치’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층이 젊은층과 무당층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2%가 민주ㆍ공화 양당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당파를 자처하고 있다. 이번 뉴햄프셔에서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40% 가량이 무당파로 조사됐으며, 특히 이들 중 72%가 샌더스에게 표를 던졌다. 또 이번 선거에 참여한 공화당 지지자 46%가 공화당 정치인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가 정치 소비자의 주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신의 최대 후원군이던 ‘우먼파워’에서도 힘을 잃고 있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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