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예산을 수반하는 공약을 내놓을 때는 재원 마련 방법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옳다. 국민들도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황당한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줘야 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회식을 할 때 특정인이 혼자 금액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상여금을 둑둑히 탔다거나 주식 등 재테크에 성공해서 목돈을 만진 경우도 있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쏠께’하면 인심 좋다는 주위의 말에 붕 떠서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내지만 수입이 일정한 사람이라면 그만큼 가정에서 지출해야 하는 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이 누리과정(만 3~5세 공통무상교육 과정) 예산을 놓고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중앙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결국 일부 시ㆍ도교육청은 1월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보육대란’을 야기시켰다. 아직 5개 시ㆍ도교육청에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2차 보육대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복지 포퓰리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자는 공약에서부터 청년들에게 취업 활동비 지원하자는 공약도 나오고 있다.

복지를 늘려 사회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차별과 그늘을 걷어내 복지사회로 나가자는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이들은 준거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내놓는다. 먼저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비 지출 비율을 앞세운다. OECD 가입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28위다. 그 나라들이 평균 21.6%를 지출하는 데 비해 우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0.4%를 복지비용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복지비 부담률도 OECD 국가 평균 34.1%인데 비해 한국은 25.9%, 한국민은 적게 부담하고 적은 혜택을 받는 가난한 복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출성 공약은 어느 한 정당이 내걸면 다른 정당들도 표를 의식해 쫓아가지 않을 수 없다. 무책임한 공약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재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지출성 공약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쳐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 당장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나라의 빚을 늘리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7개월 만에 100조원이 불어났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40.1%로, OECD 국가 가운데 양호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증가 속도가 무섭다. 복지지출이 늘어나면 채무 팽창 속도는 더욱 급해질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정부와 자치단체가 함께 부담하는 사회복지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1.5%로, 같은 기간 전체 지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5.5%보다 2배 이상 빨랐다.

우리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예산을 수반하는 공약을 내놓을 때는 재원 마련 방법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옳다. 국민들도 포퓰리즘 공약의 폐해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황당한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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