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지난해 짙은 스모그가 베이징을 뒤덮자 스테파니 지암브루노와 그녀의 남편은 ‘지금’이 두 딸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갈 때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남편은 글로벌 IT기업의 매니저로 중국에 머물고 있다. 남편은 하루에 두번 ‘스카이프(Skype)’를 통해 가족들을 화상통화를 한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가족들을 보러 미국 플로리다로 간다.

친구의 아이들이 천식에 걸린 것을 본 스테파니는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베이징의 기록적인 대기오염이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APCO의 제임스 맥그리거 중국법인 회장은 25년동안 살아온 베이징을 떠나 오는 5월에 상하이로 이사한다. 아내는 이제 중국보다 미네소타주에서 시간을 더 보낸다.

그는 베이징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대량 설치했으나 직원들은 이전보더 더 많은 병가를 신청한다. “사무실이 결핵병동 같아요. 직원들은 불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의 회사는 현지 직원을 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 수를 유지할 수있다.

중국의 살인적 스모그가 이산가족을 만들고 고급인력의 중국탈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전했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TO)는 공기오염이 전 세계에서 700만명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700만명 중 40%의 사망자가 중국의 환경오염과 관계있다고 주장했다. WTO는 스모그가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라며 중국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건강을 우려하는 글로벌기업들의 직원들은 중국을 꺼리고 기존 중국 주재원들은 중국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중국내 다국적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고 새로운 인재를 끌어오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외자계 기업들은 사무실을 공기청정기로 도배하고 있다. 이스라엘 회사와 중국 체리(Chery)자동차의 합작사인 쿠오로스는 공기청정기 설치에 15만위안, 마스크 배포에 9750위안을 각각 지출했다.

KPMG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서비스 업무담당자인 사이먼 글리브는 자신의 집에 4000달러짜리 공기품질 모니터, 1만5000달러짜리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실내에는 가상현실 자전거 시스템을 갖췄다. 공기가 너무 나빠 밖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때를 위해서다.

10년 이상 베이징에 살고있다는 그는 “건강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즉시 떠날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중 최초로 중국에 상주하는 주재원에게 ′스모그 위험 수당′ 지급을 시작했던 일본 파나소닉은 이제 생활수당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위험수당은 본래 아프리카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됐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주재원들이 중국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마련한 대책이다.

네슬레의 롤랜드 데코벳 중국법인장은 “중국의 대기오염이 외국인, 중국인 막론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베이징으로 데려오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이제 두딸과 함께 플로리다에 살고있는 스테파니 지암브루노는 플로리다의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에 감사하고 있다. 그는 “딸들과 함께 길을 걸을 때마다 ‘내가 숨을 쉬고있구나’라고 말한다. 이는 가장 놀라운 향취, 즉 ‘신선한 공기’ 덕분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