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북한인권법이 여야 대치에 막혀 전망이 혼란스럽다. 여당은 1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강행하고 야당은 문구 조정이 남았다며 반발한다. 여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하지만 그럴 경우 북한인권법은 여당만 동의한 ‘반쪽 인권법’으로 전락한다. 다른 쟁점 법안과 달리 국제적 관심도 높은 법안인 만큼 ‘반쪽 인권법’에 따른 역효과도 우려된다. 국내에서도 합의를 얻지 못한 북한인권법을 국제사회, 나아가 북한이 이를 인정해 줄 리 없다는 논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법은) 아직 여야 합의가 안 됐으니 직권상정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여당은 북한인권법을 직권상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단독 처리하겠다는 강경 대응이다.
북한인권법은 다른 쟁점법안과 성격이 다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을 담은 법안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도 통과시킨 법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사회가 문제 제기하는 법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파장이 크다. 한국 역시 2005년 처음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를 거듭하다 지금까지 흘러왔다.
현재 여야의 대립점은 세부 문구 표현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한다.
두 문장의 차이는 ‘함께’의 위치다.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 증진을 우선시하고 그와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의미이고, 더민주는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추진하되 그와 함께 북한 인권 증진 노력도 하자는 뜻이다. ‘함께’라는 문구의 위치로 법안 취지가 엇갈린다는 게 여야의 주장이다.
문제는 여야 합의 없이 북한인권법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후의 역풍이다. 국내에서조차 합의 보지 못한 북한인권법은 국제사회에서도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북한을 직접 겨냥한 법이지만, 북한을 향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야 합의도 안 된 법을 근거로 북한을 압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 의장이 북한인권법 직권상정을 거부하며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까지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릴 북한인권법은 특히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정 의장의 중재 하에 본회의 일정 합의에 나선다. 정 의장은 “금주 당연히 본회의를 해야 한다. 3~5일 중 언제 할지 이날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