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카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세계 관광 산업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고, 올해 8월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은 행사가 취소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침체돼 있는 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지카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며 “국제적인 신속한 공동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록 여행이나 교역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추이에 따라 금지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가별로는 지카바이러스 발병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가 하나둘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5일 임신한 여성들에게 남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캐나다나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내릴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카바이러스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여행ㆍ관광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WHO가 공식 경보를 내면 이후 2개월간 관광객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3년 사스가 발생한 홍콩에서는 관광객이 2개월간 68% 줄었으며 지난해 메르스가 유행한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에 54% 감소했다. 또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온콜인터내셔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64%의 미국인은 지카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으로 계획한 여행을 취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타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BI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후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우려로 크루즈 선사인 로열캐리비안과 노르웨이전 크루즈라인의 주가는 각각 6%와 7%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투어(-6.66%), 모두투어(-5.81%), 참좋은레져(-3.02%) 등 여행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동남아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임에도, 지카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카바이러스 공포의 진앙인 브라질은 타격이 가장 크다. 브라질의 여행ㆍ관광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세계 9위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관련 일자리는 전체의 8.8%인 880만개에 이른다. 브라질은 391억 헤알(약 11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 중인데, 현재로서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올림픽이 취소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GDP가 3.8% 감소했으며, 올해도 3.5% 줄어들 것(지카 바이러스 영향 제외)으로 예상됐던 브라질로서는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브라질에 이어 발병률 2위인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등 바이러스가 확인된 다른 남미 국가들 역시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는 지역이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남미 국가들은 지카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국제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
장기적으로는 지카 바이러스에 따른 ‘임신 자제령’으로 노동 인력이 크게 줄어들고 출산율 급감으로 교육과 보건, 아동용품 제조업 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브라질은 임신 자제령을 내렸고,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몇몇 나라도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아이 갖는것을 늦추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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