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소위 ‘정신나간 진행력’으로 장안의 화제인 두 MC가 있다. ‘보니하니’ 신동우(18), 이수민(15)이다. 어른들도 쩔쩔 매는 매일 생방송에서 두 사람은 ‘진행천재’로 거듭났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EBS)의 2분 내외의 클립 영상 한 편은 120만 클릭수에 달한다. 각각의 영상마다 달린 코멘트는 ‘칭송’으로 넘친다.
“얘들아, 둘 다 그냥 평생 방송하자!”, “‘보니하니’ 말고 ‘갓니갓니’ 합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동작 하나, 멘트 하나에도 발랄함이 묻어난다. 표정, 손짓, 멘트 등 두 사람의 호흡엔 오차가 없다. 오디오가 맞물리는 일 역시 상상할 수 없다. ‘보니’ 신동우, ‘하니’ 이수민, 이 두 사람을 부르는 또 다른 별칭은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EBS의 유재석’이다. TV 안에선 ‘초딩’들을, TV 밖 온라인 세상에선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른들을 능가하는 똑부러지는 진행 솜씨, 거기다 인터뷰 솜씨마저 일품이다.
“어른들이 보는 프로그램에는 저희 같은 진행을 하는 분들이 없잖아요. 대개 차분해요. 저희는 정해진 대로 하다 보니 새로운 진행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이수민)
최근 EBS 본사 사옥에서 만난 소년소녀계의 톱 MC 신동우, 이수민은 초등학생을 넘어 어른들까지 사로잡은 인기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동우 이수민이 ‘보니하니’의 MC로 발탁된 건 2014년 9월이었다. 춤과 노래로 장기를 선보였고, 즉흥 쇼호스트 연기로 순발력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신동우는 남자 감독을 즉석에서 골랐다고 한다. “자! 10분 남았습니다. 이 분의 앞머리는 낫으로 자른 것 같네요.” 재치있는 멘트에 ‘보니’ 낙점. “초면에 실례를 범했다”며 뒤늦게 고백한다. 이수민은 “대본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했다”며 “이제와 생각하면 위기를 잘 극복했던 것 같다”고 한다.
지금의 ‘보니하니’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아홉살 난 동생이 워낙 ‘보니하니’를 좋아해서 함께 보곤 했어요. 어떻게 내가 감히 하니야? 난 하니할 위인이 아닌데…그렇게 생각했어요. 악착같이 연습해서 붙은 거예요. 근데…동생도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한창 볼 나이인데 제가 하니가 된 후로 방송을 안 보더라고요.” (이수민)
열혈 시청자 한 사람을 잃었지만, 그 이상의 팬을 얻었다. 생방송 시스템이 몸에 익지 않았던 시절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호흡이 척척 맞는 요즘이다. 나날이 애드리브 ‘능력치’가 쌓인다. “제작진이 깜짝 놀라는 수준”(신동우)이라고 한다. ‘보니’ 신동우가 이 프로그램에 오디션을 봤던 이유이기도 하다. “생방송 경험이 재치와 애드리브,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적중했다.
지난 1년 6개월을 돌아보면 아찔했던 시간도 있다. 바야흐로 2014년 10월 28일. 두 사람은 이 날을 ‘1028(십이십팔) 사태’라고 부른다. 웬만하면 대사 실수를 하지 않는 보니가 대사를 완전히 잊었던 초유의 사태다. “항상 제가 틀리다가 오빠가 틀리니 신이 나서 쳐다보며 웃고 있었죠. 그 때 카메라가 저한테로 들어왔는데, 그냥 멍하니 있었어요.”(이수민) 그 시절의 영상이 아직도 떠돈다. “뜨더니 변했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보니하니’ 입성 한 달차에 빚어진 일이다.
매일 오후 세 시, EBS 본사에 도착해 메이크업을 받고 나면 곧바로 대본 리딩에 들어간다. 연습을 거듭한 뒤 6시 생방송을 마치면 다음날 방송분의 대본 리딩을 한 뒤 귀가한다. 이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기 위해 대본을 닳도록 보던 날이 1년 6개월이었다. 보니 신동우의 첫 실수는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도리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던” 탓이다.
“솔직히 저흰 말발이나 순발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예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진행만 하니까, 이제야 호흡이 잘 맞는게 아닐가 싶어요.”(이수민)
물론 노하우도 있다. “정확한 발음”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신동우). 일반인 시청자, 심지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전화연결까지 하는 두 사람의 진행 노하우다.
매일을 만났고, “가족같은 사람들”과의 현장이기에 “즐겁지 않은 날”이 없다. 시청자들은 서운할지 몰라도 ‘보니하니’는 이어달리기를 하듯 바통을 전달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MC로 맞는다. 프로그램은 이미 2003년 출발, 수많은 보니하니를 배출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신동우는 “6개월마다 개편을 하고, 재계약 여부를 이야기한다. 그 때마다 수민이와의 이별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민이랑 보니하니를 못 하면 앞으로 또 언제 어디서 만날까. 정이 많이 쌓였는데. 전 이제 고3이라서요. 보니하니가 미성년자 MC로 바뀌어서 성인이 돼서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이전 보니하니도 대학 입시 때문에 하차했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죠. 매일의 바이오리듬이라는게 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하니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평일이 돌아온다는게 낯설어요. 저한테 없던 일이라 생각했는데, 언젠가 종례를 맞는 거잖아요. 종례를 맞고, 아이들과 청소를 하고. 이상할 것 같아요.”
언젠가 ‘보니하니’와는 이별이 올지 몰라도 신동우 이수민의 성장과정은 오래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배우의 길이 꿈이다.
배우 박보영이 이상형이라는 신동우는 “보영 누나와 알콩달콩한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며 “연기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수민은 “연기도 당연히 잘 해야겠지만, 인성이 바른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마주보고요? 이건 따로 하면 안돼요?”(신동우) 내내 어른스럽다가 그제야 소년소녀다운 쑥쓰러움이 비친다.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거니까, 보니하니가 끝나도 서로 같은 길을 간다면 만날 일이 있을거야. 계속 잘 하자.”(신동우)
“예전부터 고마웠고, 지금도 고맙고, 앞으로도 고마울 예정이니까,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싶어.”(이수민)
이제 다시 3시부터의 일정을 시작하는 두 사람은 입을 모으며 떠났다. “아우, 오늘 방송 못하겠네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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