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2016년 초부터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권이 돈 풀기를 강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를 일컫는 ‘G2 리스크’와 저유가 여파로 인한 신흥국 위기설이 맞물린 상황에서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함으로써 통화ㆍ환율 전쟁의 포성을 울렸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9일 2010년 10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조정하면서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내렸다.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돈에 이제까지는 연 0.1%의 이자를 줬으나 앞으로는 거꾸로 0.1%의 수수료를 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시중은행들은 가계와 기업 쪽으로 대출을 늘리는 등 유동성을 더 공급할 환경이 조성되고,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서 엔화 가치도 함께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일본은 아예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시대를 열어젖힘에 따라 동북아 경제권에서 두나라와 때론 경쟁해야 하는 한국은 환율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마구잡이식 돈 풀기는 일반적으로 해당국의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면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대외적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나 혼자 살려고 이웃나라를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의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회복마저 주춤해진 한국으로선 주변국들의 강도높은 통화완화 정책이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외환보유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가 가계와 기업을 함께 짓누르고 있는 부채 문제가 심각해 금리를 내리는 것과 같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맞대응 카드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돈 풀기를 앞세운 주변국들의 경기 부양책에 대응해 우선적으로 ‘소비절벽’ 우려를 불식시킬 대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는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 등 내수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기존 대책을 착실하게 집행하면서 소비를 진작시킬 추가 보완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권에서 본격화되는 환율 전쟁에서 우리 수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줄 강력한 정책방안을 찾고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28일 첫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기회복의 흐름을 유지하려면 민간부문의 활력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회복 모멘텀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단기적인 경기보완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부양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재정 부문에서 올 1분기에 경기진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재정을 최대한 집행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기집행률을 작년 1분기(22.7%) 보다 높은 23.7%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소비 부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곧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올해 1분기 소비가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보완하는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소비보완 방안에 대해서는 “미시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인하 필요성과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한은이 2월16일 열릴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 1월까지 7개월째 연 1.5%로 동결한 기준금리를 어떻게 가져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소비절벽으로 내수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을 나타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국내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비절벽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소비 추세가 꺾이지 않도록 일시적인 소비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거나, 필요하다면 민간 소비를 자극하는 분야에 재정을 조기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 둔화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국내에서도 물가 하락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소비가 회복되기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자금 지원과 같은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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