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경매에 나온 윤심덕(1897~1926)의 ‘사의 찬미’가 또 다시 한국 대중가요 음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8일 일본 야후 재팬 온라인 경매에 등장한 ‘사의 찬미’ 유성기 초반이 550만 엔(약 6080만원,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종전까지 알려진 한국 음반 거래 사상 최고 기록은 지난해 7월 야후 재팬 경매에서 낙찰된 윤심덕의 ‘사의 찬미’ 유성기 재반이었다. 당시 이 음반은 521만엔(약 4800여만원)에 낙찰, 한국 대중가요 음반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는 한 편의 대반전 드라마를 방불케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사의 찬미’ 초반을 손에 넣기 위한 단 두 사람의 박빙의 경매였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나 역시 이날 경매에 참여했는데, 157만엔(한화 약 1600만원)에서 포기했다”며 “흥미롭게도 이날 경매는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다 제3자가 낙찰받았다”는 뒷이야기를 전해줬다.
야후 재팬 경매에 올라온 ‘사의 찬미’ 유성기 초반엔 “앞면에는 ‘사의 찬미‘가, 뒷면에는 ’부활의 기쁨‘이라는 곡이 실렸는데 ‘사의 찬미’ 도입부 20초 정도가 스크래치로인한 잡음이 강하다”는 판매자의 설명이 따라왔다.
훼손된 부분은 있었으나 이 음반은 유성기 경매시장이 말하는 ‘삼위일체’를 갖췄다. 종전 최고가를 기록한 ‘사의 찬미’ 재반이 “윤심덕의 이름을 이심덕으로 오기”됐던 것에 반해 초반은 “봉투, 가사, 음반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로 경매에 등장했다. 유성기는 보통 봉투 안에 가사지와 음반이 들어있다.
최규성 평론가는 “삼위일체를 갖춘 ‘사의 찬미’ 초반이라는 점과 이 곡에 얽힌 사연과 개체수의 희귀성 등 음반의 상징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경매가였다”고 말했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유성기 음반 경매시장에서 각광받는 데에는 이 곡이 가진 의미 때문이다. ‘사의 찬미’는 보통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힌다. 사실 번안곡이기에 ‘최초’는 아니지만, 곡에 얽힌 사건과 사회적 파장으로 인해 ‘사의 찬미’에 최초의 수사를 붙이곤 한다.
윤심덕은 1926년 당시 유행하던 번안가요 ‘매기의 추억’, ‘어여쁜 새악시’ 등 10곡의 노래를 취입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사의 찬미’는 취입 예정에 없던 곡이었다. 이 곡은 윤심덕이 루마니아 작곡가 요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의 관현악 왈츠 ‘도나우강의 잔물결’에 직접 1절 가사를 붙여 음반에 실렸다. 그 해 8월 윤심덕의 자살 소식 이후 발매된 ‘사의 찬미’는 두 사람의 정사 사건 등이 얽히며 판매에도 호황을 맞았다. ‘사의 찬미’는 그의 유작 음반에 실린 곡으로, 윤심덕이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하기 전 죽음을 결심하고 부른 노래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한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흘러간 화장초’라는 곡에선 윤심덕과 ‘사의 찬미’를 가사에서 언급하며 회자됐다. 영화와 공연계에서도 윤심덕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장미희와 임성민이 주연을 맡은 ‘사의 찬미’가 1991년 개봉해 관객과 만났고, 뮤지컬 ‘사의찬미’를 통해 윤심덕의 삶이 그려졌다.
shee@heraldc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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