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이 북한의 드론(무인기) 운용 사실을 알고 자극받아 작년말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새로 설치했고, 지난 13일에는 그 덕분에 북한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실제로 지난 13일 북한군은 우리 군이 8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을 비난하는 전단을 수만장 살포했고, 무인기를 띄워 군사분계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당시 경고방송 실시 후 K3 기관총으로 20여발 경고사격을 가해 무인기를 북측으로 돌려보냈다고 발표했다.

군은 무인기 크기가 수미터 수준으로 작아 격추하긴 어려웠으나, 군 레이더망에 포착돼 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형 무인기가 어떻게 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일었다. 군은 이에 대해 비행물체가 레이더망에 포착됐을 뿐 무인기인지는 정확하지 않아 초계비행 중이던 전투기가 인근 지역으로 전개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 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북한의 드론 운용 사실을 파악하고 자극받은 우리 군 당국이 지난해말 드론을 전문적으로 탐지하는 레이더망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지난 25년 넘게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기 개발과 성능 개량에 주력해 왔으며, 공습과 원거리 침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300대 가량의 드론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연구원 겸 북한 군사정보 전문 소식지 ‘KPA 저널’ 편집인인 조지프 버뮤데스는 북한이 지난 1988∼1990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드론을 확보한 이래 개발과 성능 개발에 주력해왔다며 이런 사실을 19일(현지시간) 밝혔다.

美 북한전문사이트 ‘38노스’ 연구원 주장=그는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기고문에서 북한이 지난 1993년 말 중국의 시안 ASN-104와 유사한 드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성능이 개량된 시안 ASN-105 모델을 토대로 ‘방현 2’(Panghyon-2)라는 자체 드론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듬해(1994년)까지 북한은 시리아군으로부터 소련제 무인정찰기 Tu-143 레이스(Reys)를 확보해 이를 핵탄두나 생물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장 드론으로 고쳤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또 같은 해(1994년) 러시아의 쿨론과학연구소(KRI)로부터 수출용 프첼라-1T(Pchela-1T) 드론 10대를 도입했다. 야코레프 설계사무국이 개발한 프렐차-1T 기종은 모니터를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야간 비행 능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지난 200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프첼라-1T기종 추가 구매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으며, 같은 시기 쿨론과학연구소는 적외선 통제 장치를 갖춰 야간 비행이 가능한 프첼라-1IK 기종을 개발했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또 지난 2005년 한국 정보당국이 입수한 전시 북한 작전계획에는 북한이 첩보위성과 드론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지하 깊숙한 지휘소에서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한국은 처음에는 북한이 다량의 무인기를 보유했다는 정보에 의구심을 표시했지만, 그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버뮤데스 “북한의 드론 운용에 의구심 가진 한국도 나중에 시인”=버뮤데스는 한국이 북한의 드론 운용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지난 2010년 서부전선에 미확인 드론이 발견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당시 이 드론을 통해 북한군 포병의 사격훈련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인근 한국군 부대의 반응을 관찰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은 이 드론이 Tu-143이나 변형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12년 2월 익명을 요구한 군사 소식통에 의해 북한이 시리아나 이집트 등 중동국가로부터 구입한 미국제 MQM-107 무인표적기를 모델로 하는 공격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격용 드론은 한 달 뒤(2012년 3월) 북한군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였다.

지난 2013년에도 북한은 TV 방송을 통해 드론이 군사훈련에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방송에서는 3대의 드론이 이륙해 1대가 공중에서 표적과 충돌해 파괴하고, 나머지 2대는 산간 표적을 공격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버뮤데스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의 드론에 대해 경계심을 높인 것은 지난 2014년 4월 북한제로 추정되는 세 대의 소형 드론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이들 드론은 청와대를 포함한 중요한 전략 목표를 촬영할 수 있도록 GPS 좌표를 입력한 상태였다.

조사 결과 추락한 드론은 한국 정보당국에게도 운용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제 스카이-09와 UV10 드론 변형 모델로 밝혀졌다. 이 드론은 특히 지난 2013년 3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군부대 방문 사진에서도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북한의 드론이 레이더 등에 걸리지 않고 한국 상공을 여러 차례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자극받은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저공으로 비행하는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설치했으며, 이 덕택에 지난 13일에는 이를 탐지했다고 버뮤데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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