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 후 노동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노동현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면서 올해 신규 채용의 문은 더욱 좁아져 이른바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사정이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못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업주와 근로자의 갈등은 판례에 따른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노사관계도 악화일로로 가게 되면 기업들은 경영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게 없는 불확실한 현실에서 기업도 생산과 투자, 신규채용 등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고용한파가 보다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믿었던 노동시장 개혁마저 흔들리면서 채용 확대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15일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해 9월15일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사진=헤럴드경제DB]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포함 여부 등이 불명확해져 사안별로 소송 등 법적분쟁이 불가피해졌다”며 “고용불안 등 노동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일자리 창출 동력을 잃게 되고, 이는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현재 호봉제 성격의 임금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신규 채용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정규직법이 발목이 잡히면서 노동시장은 더 경직돼고, 주조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도 불법이 돼 기업 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ㆍ15 노사정 대타협’ 도 노동계의 대화 결렬 등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만큼 이번에도 노사정이 대립보다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9월 이뤘던 노사정 대타협과 같이 노동시장 개혁은 상징성이 크다”며 “노사정이 다시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모습, 여야가 일부 노동개혁 법안이라도 처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의 심리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국노총 일방의 노사정 합의 파기 선언만으로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며 “노사정 대타협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인만큼 노사정 모두 노동개혁이란 중차대한 과제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