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들은 놀면 죄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빠와 남편의 역할이 너무 크니까 함부로 놀지 못하죠. 유일한 놀이요? 술이죠.” (윤종신)

가슴 속에 ‘짖궂은 소년’ 한 명씩을 품고 사는 40대 중년남성들이 브라운관 예능의 주인공이 됐다. 놀고 싶어도 놀 수 없는,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40대에게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마음껏 놀아보라”고 한다.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 피터팬’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오현숙 PD는 “직장에선 동료, 가정에선 오빠, 누군가에겐 아들이고 남편이기도 한 40대는 모든 세대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며 “곁에서 지켜보는 그들은 이미 과거의 40대와는 다른데,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에 대한 궁금증에 프로그램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오 PD가 주목한 것은 2014년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어른 아이’였다. ‘어른아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2014 트렌드 리포트’에 등장하는 키워드다. 한 때는 X세대라 불렸고, 마흔에 접어들며 이전의 중년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세대를 일컫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어른 아이’의 주요특징으로 ‘안정을 갖출 시기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있으며’, ‘놀이와 재미를 추구하는 영원한 피터팬’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스터 피터팬'은 이에 무려 9개의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일중독 40대 신동엽(44), 음악 예능까지 섭렵하는 팔방미남 윤종신(46), 가요계 대표 로커 김경호(44), 원조 엄친아 한재석(42), 노안막내 정만식(41)과 일반인 동호회의 만남을 통해 “일단 한 번 놀아보라”고 했다.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하기에 앞서 제작진은 일반인 동호회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다섯 명의 피터팬과 함께 놀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오 PD는 “동호회에게 우리와 같이 놀아보자는 제안을 했고, 총 다섯 개의 동호회의 영상을 찍었다”며 “그 영상 중 피터팬들이 직접 선택한 첫 번째 놀이가 RC카 경기”라고 했다.

장난감 자동차를 무선으로 조종하는 취미생활을 가진 40대 남성들의 놀이를 체험해본 연예인 피터팬들은 처음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윤종신은 “RC카를 조종하는 내 모습도 너무 어색하고, 놀이를 할 때는 20~30대 때 즐겨입던 옷을 입으라고 해서 후드티와 모자를 썼는데 정말 안 어울렸다”며 고개를 내젖기도 했다.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40대의 남자들은 놀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놀면 죄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놀이는 술이다. 술을 마시면 마취 기운도 있고, 금세 잊혀지는 효과도 있지 않냐”며 “술을 마시며 노는 40대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마음껏 놀아볼 여유조차 없지만, 가슴 속엔 여전히 짖궂은 소년 한 명을 안고 사는 다섯 연예인들은 40대 남성들을 대표해 일반인 동호회와 함께 새로운 놀이 체험에 나서볼 예정이다. 4일 밤 10시, 5일 밤 11시 2부작 파일럿으로 구성된 ‘미스터 피터팬’은 시험방송 뒤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현숙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취미생활을 조사해봤다. 사실 연출을 하면서도 처음엔 등산이나 춤 동아리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소하면서도 재미있는 동호회가 많았다”며 “특히 한 주동안만 다루기엔 적합하지 않은 무전여행 같은 취미생활도 있었다. 정규방송이 된다면 무궁무진한 40대 남성들의 놀이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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