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격랑 속에서 출범해 숱한 파도를 헤쳐온 노사정위원회도 출범 18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한국노총이 오는 19일 노사정 대타협 파기 및 탈퇴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되면 노동개혁은 수포로 돌아가고 한국 경제ㆍ사회 위기가 심화될 게 뻔하다.
노사정위원회는 환란 당시인 1998년 1월5일 출범했다. 노사정은 IMF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1998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 등에 전격 합의한다. 외부로부터의 강압에 의한 합의였지만,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사가 손을 잡은 것이었다.
지난해 노사정은 ‘9ㆍ15 대타협’이라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다시 한번을 손잡은 것이다. 이번에는 외부로부터의 강압보다는 점증하는 위기에 대응한 ‘자율적 타협’의 결과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한 비정규직법과 일반해고ㆍ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이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한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 탈퇴를 예고하면서 노사정위를 비롯한 노동개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IMF 환란 당시와 상황이 다르지만, 구조적인 위기가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와 생산인구의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고, 종전의 수출주도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식 장기침체가 불가피하다.
노동개혁은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구조개혁의 시금석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타협 파기, 노사정 탈퇴를 운운할 때가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다시 손을 맞잡아야 할 할 때다.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청년들의 생계를 책임질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시간 단축 등 보다 나은 근로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노사정이 합의했고, 국민들은 기대의 박수를 보냈다. 집단이기주의를 넘어 노사정 모두 대화와 타협의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