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는 전화 한 통 뿐 -기초수급 주민들 “배보다 마음이 더 든든” 감사 -주민들 “천사 찾아 감사패라도 드리자” 한목소리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1500여만 원 상당의 쌀을 몰래 기부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는 올해도 익명의 기부자가 20kg 포장쌀 300포대를 보내겠다는 통보가 왔다.
올해로 6년 째 선행을 펼치고 있는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전화를 통해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며 명절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간단한 메시지만 전한 채 대리인을 통해 쌀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월곡2동 주민센터에 전화가 왔다. 지긋한 목소리도 “14일 오전 8시에 쌀 300포대를 보낼테니 잘 받으셔서어려운 이웃들이 다가오는 설 명절에 떡국을 함께 할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이 천사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는, 1년에 딱 전화 한 통뿐이다. 주민센터는 이전화를 추적하려고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천사를 찾지 못하자 주민들은 월곡2동 주민센터로 몰려와 천사의 선행을 따르겠다며 쌀을 놓고 가는 바람에 주민센터가 쌀집이 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해마다 월곡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총동원 돼 쌀을 내리는 장면이 연출되자 주민들의 호기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쌀에 대한 사연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지자 천사를 찾아 감사패라도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도 많다. 주민센터는 거듭된 회의를 통해 남 모르게 선행을 하고자 하는 천사의 의견을 존중하되, 소득공제라도 받도록 해주자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천사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 일체의 보답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고 주민센터는 이를 존중해 당분간은 추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 황규설 동장은 “기부천사의 선행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선행이 퍼지고 있다”며 쌀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틈새가정 등에 골고루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의 쌀을 전달받게 될 한 기초수급자 어르신은 “얼굴 없는 천사 덕분에 매년 명절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어 고맙다”며 “천사가 보내준 쌀을 먹어서 그런지 없는 형편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소외된 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을 통해 겪는 고통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곁에 마음 따스한 이웃들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줄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북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동(洞)복지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이웃의 어려움을 이웃이 보듬고 함께 해결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더욱 세심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