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노사정의 한축인 한국노총이 11일 오후3자간 합의사항에 대해 급기야 ‘파탄’을 선언했다. 최종 파기 여부는 19일까지 유보하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선 노동개혁이 통째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한국노총이 노사정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 여부의 최종 결정을 일주일 뒤로 미룬 데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을 철회하는 등 입장을 바꾼다면 대화 틀로 오겠다는 의미다. 결국 향후 1주일이 타결이냐 대화지속이냐 파기냐 분수령인 셈이다.

한노총은 11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합의정신을 존중해 2대 지침에 대해 시한을 정하지 않고, 원점에서 협의한다는 입장과 9ㆍ15 합의 내용에 맞는 노동 5대 법안을 공식적ㆍ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을 경우 향후 투쟁계획과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2대 지침 중 일반해고 지침은 업무부적응자(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 5대 입법과 2대 지침을 그대로 추진할 방침을 밝혀 노동계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정부는 한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 결정 유보를 ‘명분 쌓기’로 규정하며 유감을 표했다. 고용노동부는 “한노총은 일주일 간을 합의파기, 노사정위 탈퇴 등 명분 쌓기를 위한 차원에서 접근해서 안 되고, 노사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며 “5대 입법과 2대 지침 등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후속 개혁 사항들을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등 지침 마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방침이다. 노동개혁에 필요한 5대 입법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2대 지침만큼은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에 한노총은 예정대로 노사정 합의 파기와 노사정위 탈퇴 수순을 밟고, 대정부 투쟁 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1주일간의 타협 여지를 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만약 한노총이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하면 노사정 협의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고, 특위 운영도 중단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한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하게 되면 노사정위 자체가 결렬되고 춘투(春鬪)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빠진 상황에서 대타협 논의를 지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2대 지침을 문제로 대타협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노사정이 만나 지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조건부식 타협 자세와 정부의 꽉 막힌 태도를 함께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등 노동개혁을 뒤로 미룬 채 극단의 대립만 일삼는 것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정부와 노동계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대타협의 정신을 돌아보고, 조금씩 양보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