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도발을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제기한 핵무장론이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핵보유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통한 ‘전력 균형’ 맞추기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일단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기본이란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치권과는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국내 여론에 따라 대북 전략의 하나로 사용될지 주목된다. ▶더 위험해진 북핵, 또 고개드는 핵무장론 = 핵무장론은 지난 7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 제기한 뒤 여권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튿날 열린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주재 관련 정부부처 차관 및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핵무장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3년 제3차 핵실험 당시에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 핵무장론ㆍ핵주권론이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핵무장의 비현실성과 국제사회의 우려 등으로 사그라졌던 논의가 이번에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 위협이 3년새 한층 심각하고 민감해졌단 것을 의미한다.
또 그간 북한 핵폐기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북한이 핵실험으로 답한데 따른 대북 정책 전면적 재검토 차원에서 핵무장론이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전술핵 배치를 주장해온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안효대 의원이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적극적 대북 전략으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정부는 핵무장론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핵무장론이 처음 제기된 7일 국방위 긴급현안보고에서 “한반도에 핵무기의 생산, 반입 등이 안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할 말이 없다”며 거론되는 것 자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핵무장을 하는 것은 ‘세계 속의 한국’을 버리고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자초할 뿐”이라며 핵무장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핵무장은 ‘미션 임파서블’ = 정치적, 전략적 차원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한반도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핵은 1970년 3월 발효돼 180여개국이 참여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서 핵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체제 초기에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1975년 NPT에 가입했다. 북한은 1985년 NPT체제에 가입했지만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다 2003년 재탈퇴한 뒤 ‘비공인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핵을 개발한다면 NPT체제에서 탈퇴해야 한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질서를 깨트리겠단 것이고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북한과 같은 길을 걷겠단 의미다. 외교적 고립은 곧 경제 제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단 점에서 이는 수출주도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몰락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도 북한을 따라가는 꼴이 된다.
설사 위험을 무릅쓰고 핵무장에 나서더라도 국제사회가 지켜만 보고 있을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 지난 2004년 단 0.2g의 극소량 우라늄이 대덕연구단지에서 발견됐을 때 우리 정부는 평화적 연구차원이라며 자진신고를 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까지 받아야 했다. 또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저농축우라늄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가지려면 협정을 전면 개정하거나 미국과 등을 져야 한다. 북한 핵 위협에 맞서 더욱 공고히 해야할 한미동맹의 틀이 오히려 깨질 수 있다.
우리가 핵을 언급할수록 일본 우익세력을 돕는 결과를 낳는 것도 부담이다. 일본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 속에 점차 동북아 안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군대를 보유하고 핵으로 무장한 일본을 꿈꾸는 일본 우익세력에게 한반도 핵무장론은 더없이 반가운 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북한의 3차 핵실험 때 일본 우익 대표세력인 유신회의 이시하라 산타로 대표는 “과거 일본이 핵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단 논의가 있었다”면서 “나라를 스스로 지킬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 핵무장을 주장했다. 당시 미국 주요언론이 “한국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끔찍한 아이디어”,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핵무장론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동북아 핵무기 개발 경쟁을 우려에서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무장론은 우리의 대내외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라며 “핵무장론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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