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춘투(春鬪)를 앞두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또 다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기존에 제기된 소송의 결말이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하면서도 몇 가지 전제를 달아, 서로 다른 임금 체계를 가진 개별 사업장에서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과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각각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제 겨우 1심이 진행 중이어서 노사가 임금협상을 통해 합의를 보지 않는 한 최종 결과를 얻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것. 대법원은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ㆍ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조건을 정한 경우’나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이 부분은 판결 당시에도 노동계에 크게 불리한 부분으로 평가됐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노조가 요구한 추가 임금 규모가 엄청나 회사 경영에 타격을 주는 만큼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주장대로라면 3년간 13조2000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노조 측은 양사가 거둬들이고 있는 막대한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 임금을 감당할 만하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 확대는 사실상 그동안 못받은 체불임금을 이제 포함시키는 것”이라면서 “현대차의 재무구조나 경영성과로 보면 충분히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정리해고 무효 소송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어렵듯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판단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신의칙’ 문제를 넘더라도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다퉈야 한다. 고정성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지급액이 업무의 성과와 무관하게 사전에 고정돼 있어야 인정된다. 현대차는 근로자들에게 2개월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에 근무일이 15일 미만이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과도 부합한다. 고용부는 지침에서 “전합 판결은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판단함”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차의 사례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경우, 15일 이상 근무하면 특정 명목의 급여를 전액 지급하고 15일 미만이면 근무일수에 따라 그 급여를 일할계산(근무일수만큼 지급)하여 지급해야 고정성이 인정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15일 미만 근무한 자’라는 규정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5일 미만 근무하고 퇴직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된 예가 한 번도 없었다”며 “모든 노동자가 일할지급으로 상여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