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입지를 굳혀온 중저가 PC 브랜드들이 저마다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고사양 제품 혹은 차별화 된 라인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야심으로 읽힌다.
지난 15일 대만의 PC업체 에이서(ACER)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6년 전략과 신제품 라인업을 대거 공개했다. 에이서의 신제품 전략은 크게 두 가지. 투인원 PC와 블록형 미니 PC, 올인원 프로젝터 등 개성있는 실속형 제품들과 최고의 혁신 기술이 접목된 게이밍 전용 제품 ‘프레데터’ 시리즈다. 특히 프레데터 시리즈는 태블릿부터 노트북, 34인치 모니터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노트북의 경우 ‘프로스트 코어 팬’이라는 쿨링 시스템을 장착해 발열을 최소화 했고, 태블릿은 4개의 전면 스피커와 스크린의 경우 색상 왜곡이 없는 100% NTSC 색 영역과 정밀한 터치를 제공한다. 게이밍에 최적화 된,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높은 사양의 부품들을 사용했다고 에이서 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기존 1년 무상 수리 서비스에 프레데터 사용자의 경우 추가 1년이 더해져 총 2년 간 무상 AS를 받을 수 있다.
이날 김남웅 에이서 코리아 본부장은 “국내 PC시장에서 현재 1.5% 정도인 점유율을 내년에는 두 배 수준인 3%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이 에이서의 창립 40주년인 특별한 해인 만큼, 자신있는 라인업으로 구성됐고 소비자들에게 먼저 소개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본부장은 “에이서가 추구하는 방향은 에이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에이서는 이를 위해 가성비 좋은 중저가 제품 뿐만 아니라 성능과 디자인에서 타사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 때 세계 PC 시장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에이서는 현재 4위(IDC 2014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에이서의 프리미엄 전략은 상위권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꾸준히 중저가 PC를 선보여왔던 레노버, MSI, HP 등도 저마다 프리미엄 제품들을 들고 나왔다.
레노버는 일찌감치 ‘씽크패드’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씽크패드 요가 노트북은 인텔 최신 6세대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와 최대 256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8GB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940M 그래픽 등을 탑재했다. 디스플레이가 360도 회전해 사용자 편의에 맞게 태블릿 모드, 텐트 모드 등으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앞서 선보인 아이디어패드 Y700은 최신 인텔 6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엔디비아 지포스 GTX960, JBL 스테레오 스피커와 우퍼 스피커가 게임을 즐기기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15인치가 142만8900원, 17인치는 175만8900원이다.
대만계 PC 제조사인 MSI는 게이밍 노트북과 전문가용 노트북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5월, 디자이너와 멀티미디어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유용한 프레스티지 시리즈를 출시했다.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950M/960M GPU 등을 탑재했고, 100% sRGB트루컬러(True color)와 나히믹(Nagimic) 기술 등을 통해 선명한 화질과 풍부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제품이다. 가격은 150만~160만 원 수준으로 출시됐다.
이보다 앞서 HP 등도 ‘저가 시장에서 가격 경쟁보다는 프리미엄 노트북에 집중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2011년 엔비 시리즈 노트북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왔다.
다만, 중저가 PC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샤오미 등 대륙발 저가 전자제품들의 위협이 거세다. 과거엔 ’짝퉁‘ 디자인으로 조롱받기도 했지만, 이제 단순히 싼 가격 외에 제품의 질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반대로 애플이나 삼성전자처럼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 온 업체들은 오히려 보급형 제품에 눈 돌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저가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버린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위험도 크다. 사양의 미묘한 차이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이라면, 가격 차가 크지 않은 경우 고급으로 인식되는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사양 제품이 포화 상태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다만 특정 타깃에 특화된 전문가용 제품은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