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케이블 화재로 통행이 중단된 서해대교가 계획보다 빨리 개통한다. 이용자들의 불편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과수의 정밀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현장을 조사한 프랑스 전문가가 낙뢰를 화재원인으로 추정했다고 하며 또 정부합동 현장 감식 과정에서 전기 화재 특유의 아크혼이 발견되는 등 낙뢰가 원인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낙뢰로 인해 사장교의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스의 리온-안티리온 교량에서 2005년에 케이블에 화재가 발생해 끊어지면서 다른 케이블에 손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조사 결과 낙뢰가 잠재적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게 낙뢰로 인해 케이블에 불이 난 유일한 사례다.

그런데 2012년 덴마크공과대학의 연구논문은 이 화재가 강풍으로 케이블 내 강선들이 마찰을 일으켜서 불꽃이 발생했거나 케이블을 따라 설치된 전기선의 합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해대교의 경우도 모든 잠재적 원인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는 낙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차량의 화재로 인한 교량의 손상이나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 뉴욕주 교통국에서 1746건의 미국 교량 붕괴 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홍수와 하상세굴로 1001건(57.3%), 충돌ㆍ과적ㆍ노후화 520건(29.8%), 화재가 52건(2.98%)이고 지진이 19건(1.1%)으로 화재로 인한 교량 붕괴가 지진보다 세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음에도 1992년부터 내진설계를 하고 있다. 반면, 2010년 12월 교량 하부에 주차중인 유조차에서 불이 나 서울 외곽순환도시고속도로 구조물이 손상을 입어 재설치하는 피해도 있었다. 또 도심지의 교량이나 고가차도 하부공간이 주차장, 청소시설등으로 점유된 곳이 많아 화재의 위험성이 크다.

2012년에 발표된 프린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류운반 트럭이 교량이나 다른 차량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화재는 초기에 온도가 급격히 올라 콘크리트나 철근 등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해 교량을 붕괴시키는데 고작 30분밖에 안 걸린다. 화재로 교량의 붕괴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초에 발생한 영종대교의 100중 추돌사고나 2006년에 서해대교의 30중 추돌 사고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장교나 현수교와 같이 케이블로 지지되는 교량의 경우 화재로 케이블이 손상되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국내에서 1964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총 7534개의 교량이 홍수 등으로 붕괴됐다. 2002년 태풍 ‘루사’로 136개, 2003년 태풍 ‘매미’로 92개의 다리가 피해를 입은 외에도 매년 10개 이상의 교량이 홍수로 무너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미국의 교량 안전ㆍ유지관리 매뉴얼(underwater inspection manual)과 같은 ‘교량의 수중구조물 점검 매뉴얼’이나 홍수 시 교량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