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지난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상각액이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경기 둔화를 겪으면서 은행권이 받는 재정적 스트레스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전체 대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5대 국유은행들의 지난해 대출 상각액은 590억위안(약 95억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27%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FT는 은행들이 대출금을 이처럼 대규모 손실 상각 처리한 것은 중국 은행권이 현재 겪고있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중국의 느린 경제성장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주고있다는 것이다.
올 초 그림자 금융권의 고수익투자상품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고 지난 3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첫 디폴트가 발생했다. 지난주에는 파산 소문으로 지방 중소은행들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에 시달렸다.
5대 은행들의 대규모 부실자산 털어내기로 은행권 부실채권(NPL) 비율은 2012년 0.95%에서 지난해 1%로 약간 높아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NPL 비율이 공식발표치 보다 최대 5배 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랴오창(廖强)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상각에 대비해 상당 규모의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NPL비율이 높은 수준이면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인위적인 상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이 상각 대신 제3자에게 악성 대출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면서 은행의 NPL비율이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중국의 성장률 하향 현실화에 금융권의 빚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중국 당국의 부양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FT는 지난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기부양 가능성 시사 발언에 주목했다. 리 총리는 ”경제의 하강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경제적 변동성과 맞설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5대 국유은행들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보다 7~15% 가량 증가했다. 실적이 전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상각에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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