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어디서 제 정보를 얻으셨죠?” “고객님은 ○○회사의 멤버십 카드를 만들면서 □□카드사에 정보 제공을 동의하셨습니다.”
요즘 금융회사 텔레마케터들은 고객에게 정보 취득 과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한다. 이처럼 금융회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덩달아 정보의 수집과 이용 절차도 깐깐해졌다.
▶본질은 ‘이용’이 아닌 ‘유출’=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보 유출이지 정보의 이용이 아니다”고 항변한다.
때문에 정보유출에 화들짝 놀란 한국 사회가 신용정보사회의 핵심인 정보의 수집과 가공, 활용을 제한하면서 신용사회에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업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보를 가공해 사회적 가치로 만드는 프로세스까지 제동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정보는 고객이 금융회사로부터 담보 없이 돈을 빌리는 데 대한 대가로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고객은 자신의 정보를 금융회사에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가격(금리)을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고객은 ‘공생 관계’라는 설명이다.
이런 정보의 중요성은 신용카드사의 연체율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3년말 14.06%인 연체율은 지난해말 1.5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10.99%에서 1.25%로 줄었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카드대란을 겪은 후, 신용정보 공유시장의 등장과 이를 활용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로 시장은 커지고 연체율은 하락하는 마술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비금융기관의 정보유출 가능성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위축되면서 비금융기관이 활개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안투자가 미미한 비금융기관에서 정보가 새면 결국 돈을 다루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2파 피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보 비즈니스 ‘금융업’=금융회사는 비즈니스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재가공해야 한다. 정보 업데이트와 분석, 관리 등은 여신심사와 상품개발, 마케팅, 영업 등의 측면에서 금융회사의 이익 창출에 기여한다. 금융 소비자에게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거나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금융회사의 사회적 기능은 정확하게 신용능력을 평가하고 이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한마디로 차별적 금융 서비스 시스템이다.
그러나 최근 정보보호가 강조되면서 정보 활용이 까다로워졌다. 노 연구위원은 “정보의 유통이 어려워지면 고급 정보의 생산이 제한된다. 신용 분석과 마케팅 활동이 억제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서민은 더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정보에 어두워진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출 승인율을 낮추면서 결국 소비자 금융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카드본부장은 “제한된 개인정보로는 부정확한 신용평점이 산정될 수 있다”면서 “자산 건전성을 해치고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라고 우려했다. 역선택과 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보의 활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보의 이용은 신용정보보호의 중요성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고 업계는 외치고 있다. 지금은 정보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빅데이터’ 시대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달성 여부를 좌우할 빅데이터 활용 능력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