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부부의 딸 출산 소식에 지구촌이 들썩였다. 저커버그는 우리 시간으로 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내 프리실라 챈이 딸 맥스(Max)를 낳았다고 밝혔다.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2개월의 출산휴가를 쓰겠다고 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저커버그는 이번엔 어마어마한 공약을 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 바란다”며 보유 중인 페이스북 지분 중 99%를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시가로 450억 달러 정도. 우리 돈으로 약 52조 원이다. 저커버그의 따뜻한 약속에 전세계인은 경탄과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백악관은 페이스북에 “오늘 두 분의 발표는 미래 세대가 출신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성공을 향한 균등한 기회를 갖도록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출신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는다’라. 요즘 우리 젊은이들을 분노케 하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몇시간 뒤. 미국에서 또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프로야구 간판 거포인 박병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다는 뉴스였다. 금액은 4년간 1200만달러. 기대에 못미쳤다. 계약 마감이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금액을 놓고 더 줄다리기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선뜻 사인을 했다. 미국 언론들도 의아해 할 정도였다. 국내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여기서 세금까지 떼면 올해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친 박석민보다도 적게 받는다”거나 “박병호가 한국 선수들의 몸값을 낮춰놓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는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등 비난섞인 목소리마저 나왔다.
저커버그의 52조원과 박병호의 140억원. 분명 큰 차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헐값’이라고 폄하한 140억원에는 ‘빅리그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박병호의 결연한 의지가, 그래서 후배들에게 빛나는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꿈이 담겨 있다. 저커버그의 52조원에도 마찬가지다. 꿈의 모양과 색깔은 다를지언정 누구의 꿈이 더 크고 값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저커버그와 박병호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누구보다 ‘자신’의 꿈과 행복을 위해 눈앞의 이익을 버렸다. 이들은 이날 ‘버림’으로써 행복을 얻은 사람들이다. 이기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버리고 나니 세상의 큰 씨앗이 되는 이타적 행동이었다. “너 자신을 위해 살라”는 말이 지극히 이타적일 수 있다는 걸 이들이 보여준다. 전염력이 크다. 파급의 힘이 세다.
저커버그 부부는 “맥스, 우리는 너와 어린이들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 줘야 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네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 올지 무척 궁금하구나”라는 말로 딸에게 쓰는 편지를 마무리했다.
긴 무명 시절을 보냈던 박병호는 3년 전 생애 첫 MVP를 수상한 후 “작년까지만해도 이런 상은 꿈도 못 꾸는 선수였다. 2군 선수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희망과 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커버그와 박병호. 자신의 꿈을 위해 눈앞의 이익을 버린 ‘아주 이기적인’ 이들이 인류에게, 후배 선수들에게 가져올 위대한 유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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