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원료’ 소맥 가격 41% 상승…3년 만에 최고치

설탕·식용 유지 가격도 상승세…식품업계 인상 잇따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를 고르고 있다. [연합]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를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대한 기자] 밀과 설탕, 식용 유지 등 가공식품에 꼭 필요한 수입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추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소맥(SRW)의 이달 평균 가격은 톤당 266.06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0% 올랐다. 2023년 2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SRW는 밀가루의 원료로, 쿠키와 크래커, 케이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지난 2월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빵이나 면류 등에 주로 사용되는 소맥(HRW)의 이달 평균 가격도 톤당 295.96달러로 1년 전보다 58.0% 급등했다.

밀 가격을 밀어 올린 주요 요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흑해 곡물 운송 차질이 꼽힌다. 최근 양국은 상대방의 흑해·아조우해 항만과 선박, 물류 시설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다. 여기에 고온·건조한 날씨에 따른 유럽 각지의 생산 전망 악화, 미국 달러화 약세 등도 영향을 미쳤다.

빵과 과자 등에 사용되는 설탕과 식용 유지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엘니뇨 등 이상 기후에 따른 공급 불안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의 이달 평균 가격은 톤당 396.61달러로 1년 전보다 14.2% 올랐다. 튀김, 제빵 등에 사용되는 대두유는 37.2% 뛰었고, 팜유도 10.8% 상승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6.4% 올랐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상승세를 반영해 가격 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다음 달 1일부터 오예스와 홈런볼, 포키 등 25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7.8% 인상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원자재 가격과 제조·물류비 부담 등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들었다.

제빵업계도 원료비 및 각종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최근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삼립은 이달 1일부터 빵 59종의 가격을 평균 9.4%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25일부터 빵 86종과 케이크·디저트 41종 등 총 127종을 평균 5.0% 인상했다. 던킨도 지난달부터 도넛 39종의 가격을 평균 6.5% 올렸고, 뚜레쥬르는 7월부터 빵과 케이크 등 76종을 평균 8.2% 인상했다.

앞서 제빵업계는 지난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 제당·제분사가 담합 조사를 받은 뒤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내렸고, 정부가 업계의 물가 부담 완화를 유도한 영향이다. 그러나 이란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 고환율 등이 겹치면서 불과 수개월 만에 가격 인상으로 돌아섰다.

식품업계에서는 향후 원재료 가격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 선물가격 상승이 제품 원가에 곧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체들이 장기 계약이나 선구매를 통해 원재료를 확보하는 만큼 국제 시세 변동이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될 수 있어서다.

가격 조정 움직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수입 원가 부담은 완화됐지만, 주요 원재료 가격의 상승세로 인해 환율 하락 효과가 제한되고 있어서다.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포장재, 물류비 등의 비용 부담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떨어졌지만, 제품 원가에 즉시 반영되기는 어렵다”며 “유가나 물류비 등 비용 부담이 여전한 데다가 원료 가격까지 상승세여서 향후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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