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여동생 신정숙씨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법정서 신격호 회장 인지력 등 정신건강 판단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핵심 변수될듯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신격호 회장의 정신 상태에 대한 법정 논란으로 2라운드를 맞게 됐습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78)씨가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성년 후견인 제도는 정신적 능력에 문제가 있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성인에게 법률 지원을 돕는 제도입니다. 기존의 금치산자 제도와 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본인 혹은 친족, 검사 등이 청구하면 법원은 진료기록, 의사의 감정 등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합니다. 선정된 후견인은 피후견인을 대리해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동의권 등을 행사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신 회장의 여동생이 오빠가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 이를 법원이 확인해, 후견인을 세워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이 후견인을 통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 겁니다.
19세 나이에 단돈 83엔을 손에 쥐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자산규모만 87조원이 넘는 롯데그룹을 키운 신 총괄회장이 94세가 되어 이젠 법정에서 자신의 판단력과 인지력에 대한 공개 검증을 받게 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것도 자식들 경영권 분쟁 문제때문에요.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본격화할 롯데그룹 경영권 소송전 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겁니다.
분쟁의 두 주체인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회장)과 차남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동주 SDJ 회장은 “아버지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고, 나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위임장 등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롯데그룹 경영을 이끌 적자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신동빈 회장측은 “(신 SDJ 회장이) 고령인 아버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주도하면서 회사를 키워온 자신의 능력을 인정했고, 법률적 조건이나 임직원들의 지지나 모든 측면에서 자신을 그룹 회장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동주 SDJ 회장측이 고령인 아버지를 이용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일본에서 시작된 법정공방에서 이런 논란은 시작됐습니다. 지난 11월26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신격호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 첫 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측인 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 법률 대리인(신동주 SDJ 회장측)이 제출한 위임장의 적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롯데홀딩스는 “본인(신격호)이 소송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위임장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장은 이에 따라 “오늘은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롯데홀딩스가 위임장을 의심하는 근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국내에서 향후 진행될 법정 공방전에서도 이런 논쟁이 본격화할 겁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달 초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일본인 임원들을 업무방해와 재물은닉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역시 신 총괄회장이 7개 계열사(롯데쇼핑·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제과·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습니다. 모두 형식적으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측은 신동주 SDJ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근거로 사실상 소송 주체로 행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측에선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인지력과 판단력으로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절실하게 필요할 겁니다.
법원은 과연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후견인을 지정할까요? 지정한다면 누가될까요? 신정숙씨가 지정한 리스트에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88) 여사와 장녀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SDJ 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32) 롯데호텔 고문 등이 있습니다. 분쟁의 당사자도 포함돼 있어 후견인이 누가 되는지도 향후 경영권 분쟁을 크게 흔드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한동안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 창업자의 인지력, 판단력 등을 놓고 벌어지는 두 아들의 법정 공방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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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그룹 형제들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중요한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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