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거목·외환위기 등 공과 재조명 재원문제 걸림돌…10월 개관 물거품 대학에 기증방식 운영도 불투명 “병상서 일어나면 출근한다 했는데…”

“아버님이 건강상으론 완전치 못하지만 일단 어떤 형태로든 (개관식에) 참석하실 예정이다.”

고(故)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6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YS가 ‘김영삼 기념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전경. 이 도서관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500m 떨어져 있다. 2012년부터 지하 4층, 지하 8층 규모로 공사가 시작됐다. 외관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는 미완(未完)이다. 운영 주체를 낙점하지 못해 완공에 난항을 겪으며 길을 잃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전경. 이 도서관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500m 떨어져 있다. 2012년부터 지하 4층, 지하 8층 규모로 공사가 시작됐다. 외관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는 미완(未完)이다. 운영 주체를 낙점하지 못해 완공에 난항을 겪으며 길을 잃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전경. 이 도서관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500m 떨어져 있다. 2012년부터 지하 4층, 지하 8층 규모로 공사가 시작됐다. 외관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는 미완(未完)이다. 운영 주체를 낙점하지 못해 완공에 난항을 겪으며 길을 잃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전경. 이 도서관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500m 떨어져 있다. 2012년부터 지하 4층, 지하 8층 규모로 공사가 시작됐다. 외관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는 미완(未完)이다. 운영 주체를 낙점하지 못해 완공에 난항을 겪으며 길을 잃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당시 김 교수는 ‘김영삼 기념도서관’에 대해 “아버님 기념 도서관이 건립 중인데 10월쯤 완공될 것”이라며 “20여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1989년 체제를 만든 주역이고, 민주화가 꽃필 수 있도록 한 주인공이라는 점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외관이 완성돼 있는 ‘김영삼 도서관’이 길을 잃었다. 지난 22일 서거한 YS, 그리고 고인의 유지(遺志)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김현철 교수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영삼 도서관’은 그들에겐 명예회복의 단초다. ‘민주화의 거목’이라는 호평이 고인의 서거를 계기로 쏟아지는 한편으론 ‘IMF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대통령’이라는 멍에가 덧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김현철 교수 등은 단순히 YS의 아킬레스건을 감추려는 게 아니라 문민정부의 공과(功過)를 제대로 알릴 기회로 삼았던 것이지만, 재원 마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공전하고 있다.

김영삼 도서관은 김현철 교수의 예상 완공시점이었던 10월을 한 달 이상 넘긴 현재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첫 삽을 뜬 건 2012년 3월이다. 그 때부터 따지면 3년 8개월이 흘렀다. 작년 6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10월로 늦춰졌던 것이고, 급기야 개관식은 내년 3월로 잠정 확정됐다.

개관이 차일피일 미뤄진 건 주변환경 정리, 안전상의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작용했지만 핵심은 재원 마련이다. 도서관 설립 재원의 30%를 국가보조금으로 지원받긴 했으나 개관 후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했다.

김영삼민주센터 측 관계자는 재원 마련과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모금을 해야 하는데 이런 분위기여서 (모금이) 위축됐었다”고 말했다.

김영삼민주센터 측은 도서관 설립 초기부터 대학에 기증하는 방안을 저울질해왔다. 센터 입장에선 도서관 운영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김대중도서관’은 2003년부터 연세대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관저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관저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관저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관저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헤럴드 DB]

후보군은 도서관과 지근 거리인 중앙대, 그리고 YS의 모교인 서울대로 압축됐다. 그러나 이런 계획도 현실화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일단 중앙대는 기증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작년에 제안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교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가 운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측은 “(도서관 기증 관련) 계속 확인 중”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대 실무자들은 최근 이 도서관에 다녀갔던 걸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민정부를 연 YS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서울대는 여론이나 명분상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YS가 병상에서도 쾌차하면 출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김영삼 도서관은 결국 고인이 발자국을 남길 수 없게 됐다. 개관일과 운영주체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는 이 도서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장필수 기자/


test1025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