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계좌에 업체명 병기 시행 - 2조원대에 달하는 범죄자금 유통 차단 효과도 기대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인터넷 상거래 및 공과금 납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가상계좌’에 계좌를 발급한 업체명을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착오 송금을 막겠다는 이유지만 수사기관에서는 ‘가상계좌 대출 사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안을 만들고 있으며, 관계기관등의 의견을 물어 올 연말께 각급 금융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은행측의 전산 업그레이드 등을 거쳐 빠르면 내년 초부터 일선 은행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게 된다.

금융감독원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선 은행등에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감사시 지적사항이 될 수 있어 실무적으로는 은행들이 준수하고 있다.

가상계좌란 실제 계좌에 딸려 있는 연결계좌를 말한다. 인터넷 상거래나 공과금, 각종 지방세 납부 등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A업체는 업체 명의로 시중 은행에 실제 계좌(일명 모(母) 계좌)를 만든다. 이후 거래의 편이성을 위해 은행에 요청, 필요한 만큼 해당 계좌에 연결된 가상계좌를 만들어 사용한다.

B씨와 전자 상거래를 할때는 B씨 이름으로 된 가상계좌를 만들어 한번 사용한 뒤 폐기하는 식이다.

문제는 실제 가상계좌의 주인은 A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상계좌의 예금주명에는 거래 대상자의 이름만 나온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오해하고 가상계좌에 송금했다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한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가상계좌 예금주명에 실제 계좌의 주인인 업체나 공기관의 이름을 함께 쓰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OO은행 123-4567-89 예금주 :홍길동’으로 돼 있는 가상계좌는 앞으로 ‘OO은행 123-4567-89 예금주 홍길동(A아파트 관리사무소)’라는 식으로 변경된다.

이 같은 변경안에 수사기관들은 ‘가상계좌 사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가상계좌는 발급이 쉽고 예금주 명이 실제 계좌와 다른 등의 이유로 범죄에 악용돼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상인들에게 대출업체인척 위장하고 접근, “우리가 당신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겠다. 이 계좌에 예치금 10%만 넣으면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채는 ‘가상계좌 사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가상계좌명에 상대방의 이름만 나올 뿐, 모 계좌의 주인 이름이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최근에는 단속이 심한 ‘대포통장’ 대신 가상계좌를 이용해 인터넷 도박 등의 범죄 자금을 챙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렇게 오간 불법거래가 2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수사기관 종사자는 “최근 대포통장이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로 희귀해지면서 가상게좌를 이용한 사기범죄가 늘었다”며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가상계좌의 실제 주인이 명확해지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현금인출기 등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물건을 놓고가거나 도난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경찰측의 협조요청에 따라 자동화기기 이용 종료시 안내멘트를 추가하고, 2년 이상 통장거래가 없을 경우 문자 알림 서비스 해지 안내를 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도 함께 지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