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계약이 무효ㆍ취소돼 상대방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할 경우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택지분양권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며 차모(41)씨가 A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경기도 화성의 택지개발지구 내 분양권을 차씨에게 1억여원에 팔기로 했다. 그런데 분양이 진행되자 ‘차씨에게서 분양권 전매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한 B씨가 나타났고, A씨는 B씨가 소개해 준 제3자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나중에 이를 안 차씨는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A씨는 “차씨가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잘 관리하지 않았고 B씨에게 맡기는 바람에 그 사람의 말을 믿고 분양권을 다른 데로 넘겼으니 차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2심은 “차씨도 60%의 책임이 있으니 피고는 40%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차씨에게도 매매계약 해제에 이르게 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장씨의 매매대금 반환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결에는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 법은 계약의 무효ㆍ취소 기타 효력불발생의 경우 그로 인한 계약관계의 원상회복에 대해 신의칙 또는 공평 원칙의 적용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계약 해제의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에 관한 원인의 일부를 제공했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신의칙은 민법 제2조에 규정된 것으로, ‘법률관계를 맺는 사람은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히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의 기본 원리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고 계약 해제에 원고도 책임이 있다는 등의 사정들은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bons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