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시스템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소비자원, 가이드라인 제공…구매대행서비스 만족도 조사중 “국가간 입장조율 쉽지 않아…장기적 과제로 접근을” “해외 직구족 유인하려면 희소성있는 제품개발 선행돼야”

해외 ‘직접 구매(직구)’는 국민 개개인을 수입상으로 만들었다. 이젠 ‘보따리상’ 대신 항공기가 세계 각지에서 택배상자를 실어나른다. 일상화된 해외 구매는 소비 행태를 바꿔놨고, 국가 간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에 대해 국수적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소비자 보호나 관세 등에 대한 국가 간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직구를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편을 가르기보다는 소비와 유통에 있어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유통 채널, 해외 직구=해외 직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반대로 보면 국내 수입 시장이 그만큼 폐쇄적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 원자재다. 소비재 수입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비 개방도가 낮은 국내 시장의 경우 제품 다양성도 부족하고 국내외 가격 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며 “국내 소비자로서는 외국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이 해외 직구가 폭증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55%에 달한다. 당분간 이런 가파른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직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고, 소비 경기 개선이 더뎌지면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에 익숙해졌다”며 “성장세를 감안하면 해외 직구는 2~3년 이내에 병행수입 시장 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 간 해외 직구 협상테이블 마련돼야=해외 직구가 단기간에 확대된 만큼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해외 직구의 경우 아직까지 판매자와 직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리스크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관세나 소비자 보호 등과 관련해 국가 간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비자의 직접 구매나 배송 대행에 대해서는 피해를 방지하는 것도, 어떤 보상을 해주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배윤성 한국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국가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해외 직구를 자주 이용하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등과 관련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마다 입장이 달라 조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우선 해외 직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구매 대행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의 해외 직구족 유인 정책과 관련해서도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한국 대표 오픈마켓을 구축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해외 직구족에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빠졌다.

박필재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가 간 해외 직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조경쟁력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해외 직구족을 유인하려면 새롭거나 희소성 있는 제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동 같은 경우 제조업이 거의 없다 보니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비중이 크다”며 “중동 등 해외 시장 정보를 제공해준다면 생산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남현ㆍ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