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의 적극적인 소비진작책으로 우리경제가 올 3분기에 수출 부진의 장벽을 넘어 1%대 성장률(전분기대비)을 회복하고 산업생산도 활기를 띠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후유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위적인 소비촉진 이후 이미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소비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대적 세일 등으로 소비가 활기를 띤 후 반사효과로 소비가 줄고 정부 정책의 한계까지 드러날 경우 ‘소비절벽 현상’ 마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산업생산과 소비(소매판매)는 지표상 활기를 띠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의 혜택을 누린 자동차 판매를 제외하고 가구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는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9월 중 자동차 판매는 전월대비 4.7% 늘어났다. 7월의 3.7% 감소와 8월의 0.6% 증가 등 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는 8월말의 자동차 개소세 인하로 자동차 가격이 종류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내려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정책지원을 받지 못한 가구와 가전제품 등의 판매는 큰폭 감소하면서 자동차를 포함한 전체 내구재 판매가 9월에 -1.0%를 기록했다. 8월 중 대대적 세일 등으로 내구재 판매가 2.9% 급증했던 데 따른 반사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13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와 고용시장 불안, 가계소득 정체, 고령화로 인한 노후불안 등 구조적 요인이 소비확대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의 소비진작책 효과가 떨어질 경우 소비가 급격히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이를 반영해 내년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2% 전후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을 2.8%로 내다본 현대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가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2.1%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저유가로 인한 구매력 상승 등 소비를 개선시킬 요인이 있지만, 전년의 낮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강해 실질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장기성장에 대한 기대가 계속 하락하면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내년에도 소비의 본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성장률 기대가 0.1%포인트만 변해도 단기적으로 소비성향이 0.9%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평균소비성향이 경제위기 이후 최저치인 올해 72% 수준에서 내년에는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을 2.6%로 예측한 한국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1.9%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택경기 회복, 실질임금 상승 등으로 소폭 개선되겠지만 가계부채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낮은 증가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과도한 내수부양책을 구사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소비증가가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부양책의 속도조절과 구조적 요인의 해결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