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중반부터 금리인상에 나선다. 월 6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는 내달부터 5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Fed는 내년 중반 이전까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는 계속 이어가되, 단기금리 인상 시점을 연준의 종전 실업률 목표치(6.5%)와 더는 연계하지 않고 여러 ‘정성적’ 상황을 종합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 美 Fed, 내년 중반 금리인상 단행=재닛 옐런 Fed 의장 19일(현지시간) 취임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제로(O) 수준인 현행 기준금리를 내년 중반께 인상할수 있음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과 관련, “이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아마도 대략 6개월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는 올 연말로 예상되는 Fed 의 제3차 양적완화(QE3) 종료 시점에서 약 6개월 뒤에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다만 “우리는 완전고용에 근접하지 못한 상태이고, 고용 수준이 정책목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고민이 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목표치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또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는데다 잠재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ed는 고용시장 상황,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등 광범위한 정보를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금리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이후 연방 기금금리를 0~0.25%로 유지하고 있다.
▶ 100억달러 추가 테이퍼링=Fed는 월 6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내달부터 5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및 지난 1월 FOMC 회의에서 월 850억 달러였던 채권 매입 액수를 각각 100억 달러씩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에 착수한 데 이어 세 차례 회의 연속으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것이다.
Fed는 2012년 9월부터 매달 국채 450억 달러와 모기지(주택담보부채권) 400억 달러 등 85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세 회의에 걸쳐 국채와 모기지채 매입 규모를 각각 300억 달러, 250억 달러로 150억 달러씩 줄임으로써 전체 양적완화 규모는 넉 달 새 300억 달러 감소했다.
Fed는 회의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의 경기 상황은 노동 시장의 추가 개선을 기대할 정도로 충분하게 강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미국 경기ㆍ고용 상황이 개선 추세에 있다는 점을 들어 연준이 출구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대체로 예상했었다.
재닛 옐런 의장 등 상당수 FOMC 위원은 최근 고용, 소매 판매, 산업 생산, 주택건설 등의 지표가 부진한 원인이 상당 부분 이상 한파와 폭설 등에 기인하며 곧 이런 요인이 소멸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Fed는 아울러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008년 12월부터 이어온 초저금리 기조도 유지하기로 했다.
▶ 에반스 룰 폐지= Fed는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 석 달간 6.6∼6.7%로 기준금리 인상 기준이 되는 목표치(6.5%)에 근접함에 따라 금리 인상과 실업률을 더는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Fed는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업률을 6.1∼6.3%로, 지난해 12월 발표치(6.3∼6.6%)보다 하향조정했으며 내년(5.6∼5.9%)과 2016년(5.2∼5.6%)은 5%대로 전망했다.
Fed는 성명에서 “여러 요인을 평가할 때 현 추세로라면 채권 매입을 끝내고서도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Fed는 실업률 목표치 폐지에 따른 새로운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로 단기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고용 상황과 인플레이션, 경기 전망 등 ‘광범위한 정보’를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의장도 회의 후 한 기자회견에서 “최근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했다”며 “실업률이 노동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완전 고용도 한참 멀었다”고 지적했다.
16명의 FOMC 위원 가운데 1명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13명은 내년 중 인상을 예상했고 나머지 2명은 2016년 금리 인상 단행을 내다봤다.
이들은 일단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애초 예상보다 가파르게 올라가 내년 말1%, 2016년 말 2.2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옐런 의장이 지난 2월 취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은회의다.
전임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12월 및 지난 1월 FOMC 회의에서 자신이 시작했던 양적완화 조치의 테이퍼링 착수를 결정하고 지난 1월 말 퇴임했다.
다른 이사들은 모두 이번 조치에 찬성했으나 나라야나 코철라코타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장은 반대표를 던졌다.
▶ 美경제성장률 전망치 소폭 하향조정= Fed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조정했다.
Fed는 이날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발표한 2.8~3.2%에서 2.8~3.0%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대체로 비슷한 수치이나 국내외적인 변수에 따라 상승폭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WEO Update) 보고서’에서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2.8%보다는 다소 낙관적인 것이다.
Fed는 또 내년과 오는 2015년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3.0~3.4%에서 3.0~3.2%, 2.5~3.2%에서 2.5~3.0%로 조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실업률은 6.1~6.3%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점치면서 지난번 보고서(6.3~6.6%)보다 낮췄다. 또 내년(5.6~5.9%)과 2015년(5.2~5.6%)에는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1.5~1.6%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번 예상치(1.4~1.6%)보다 범위가 좁아진 것이다.
이밖에 Fed는 장기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인플레이션 목표가 2%라고 밝힌 뒤 16명의 FOMC 이사 가운데 11명이 오는 2015년 말까지 정책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 옐런, 성의있는 ‘경제대통령’ 면모 과시=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한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로 인한 광범위한 충격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긴장이 더 고조되면 우리가 주시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미국 금융시스템의 연계성이나 노출 정도는 크지 않다”면서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은색 정장에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옐런 의장은 내외신기자들에게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첫 FOMC 기자회견을 하게 돼서 기쁩니다”라는 인사말을 한 뒤 약 1시간 동안 회견을 진행했다.
‘속사포’였던 전임자 벤 버냉키 전 의장과는 달리 비교적 느린 말투로 미리 준비한 설명자료를 15분간 또박또박 읽어내려간 그는 기자들의 간단한 질문에도 전반적인 경기진단과 전망, 통화정책 방향 등을 설명을 곁들인 성의있는 답변으로 ‘경제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버냉키 전 의장과 다른 점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내 목표는 미국 경제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이고 내 전임자도 이를 위해 헌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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