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서울 의정부에서 맞벌이를 하면서 3살 된 아이를 키우는 장모(34ㆍ여) 씨는 지난 주부터 회사에서 틈틈이 가족, 친척들과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다.

장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이번주 수요일부터 3일간 휴업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사시는 터라 아이를 맡아줄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

장씨는 “어린이집에서는 맞벌이부모는 아이를 보내도 된다고 말했지만, 담당교사가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아이 혼자만 어린이집에 있을 게 분명하다”며 “최악의 상황에는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지만, 회사에서 양해해준다고 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민간어린이집이 전국적으로 28일부터 3일간 집단 연차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워킹맘들이 휴업과 관련한 ‘가정통신문’이 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이 당초 ‘집단 휴원’에서 한발 물러서보육대란 우려는 줄었지만, 대체 교사를 구하지 못한 어린이집의 경우 임시 휴원이나 보육 서비스 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육아관련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갑자기 이번주에 어린이집이 쉰다는 가정통신문이 왔다’는 글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이번 연차투쟁으로 전국 민간어린이집 1만4000여 곳 중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소속 1만여곳이 ‘일부 휴원’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내년 영아반(만 0세~2세) 보육료 예산 삭감과 누리과정(만 3세~5세) 보육료 예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 반발하며, 보육교사의 월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몇몇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교사 인력은 점점 부족해지는데, 정부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다”며 “CCTV 설치 등 규제만 강화하는 데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휴업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의정부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 여성은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하면서 정작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메르스 때에 이어 또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해서 상사들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최모(26ㆍ여) 씨는 “워킹맘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고, 이번 휴업은 수목금에 주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주말에도 일하는 남편을 둔 사람들은 더욱 난처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린이집 휴업도 결국 예산부족의 문제인데, 정부가 처우 개선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연합회가 갑자기 휴업을 결정한 데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학부모들에게 최소한 준비할 시간은 주고 휴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아이들을 볼모로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부모들의 눈치가 보이는 일부 어린이집은 휴업에 동참하지 않거나 맞벌이부부를 위해 통원차량만 운행을 중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정부 정책 때문에 휴업을 한다고 해도 결국 비난은 어린이집에게만 쏟아진다”며 “일단 이번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